美공문서까지 위조… 신종 토지사기단 검거

입력 2010-01-13 22:14

서울북부지검은 위조한 미국 공문서로 행방을 알 수 없는 땅 주인을 미국 시민권자로 둔갑시켜 땅을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송모(64)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들을 도운 법무사 이모(54)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 등은 장기간 방치된 땅을 찾아 소유자가 미국 시민권자인 양 거주확인서를 위조하고 주인에게 땅을 샀거나 받을 빚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세 차례 시가 9억원 상당의 땅과 토지수용 공탁금 8400만원을 가로챘다. 송씨 등은 땅 6만3801.65㎡와 건물 198.35㎡ 등 시가 138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더 가로채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미국 시민권자로 둔갑시킨 땅 주인이 자신들에게 부동산 매매 권리를 넘긴다는 내용의 위임장 등을 허위로 만든 뒤 국가 간 공문서의 효력을 인증해 주는 아포스티유 확인 스티커를 위조해 붙였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문서처럼 꾸며 의심할 여지를 없앤 것이다.

검찰은 “부동산 소유자가 미국 시민권자일 경우 매매나 채무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고 매매용 인감증명서가 필요 없다는 점을 노린 범행”이라며 “가짜 아포스티유로 외국 공문서까지 위조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토지 사기는 신분증을 위조해 땅 주인으로 행세하는 수법이 대부분이었다.

검찰은 또 2004년 3월 송씨를 도와 땅 주인의 제적등본을 위조한 혐의로 전 서울 관악구청 6급 공무원 조모(59)씨와 전 종로구청 7급 공무원 김모(76)씨, 문서 위조 브로커 신모(74)씨를 구속 기소했다.

당시 송씨는 일제시대 일본인 소유였다가 광복 후 국가로 귀속된 시가 60억원 상당의 토지를 빼돌렸다가 국가로부터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소송을 당했다.

조씨 등은 송씨에게서 1억4000만원을 받고 땅 주인이었던 일본인이 한국인이었던 것처럼 제적등본을 위조한 뒤 구청에 비치해 법원에 증거자료로 전달되도록 한 혐의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