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긴축 채비에 亞 금융시장 ‘출렁’… 지급준비율 전격인상 여파
입력 2010-01-13 21:58
중국의 전격적인 지급준비율 인상이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주고 있다. 이번 인상은 중국이 그간의 경기부양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통화긴축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면서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고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 우리나라의 출구전략 시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13일 금융시장 상황은 과민반응으로, 향후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 등 긴축정책의 속도와 강조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긴축기조로 전환?=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2일 밤 오는 18일부터 대형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5.5%에서 16%로 0.5% 포인트 올려 적용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준율을 올린 것은 19개월 만이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한 것이다. 지준율 인상은 중앙은행이 시중의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통화량 직접규제 수단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동성을 조여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명백히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작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와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베이징대 금융증권연구소는 “지준율 인상은 당국이 화폐량 증가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정식으로 통화 긴축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실장은 “한국은 물론 다른 주요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유동성 흡수 조치를 이미 시행 중”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등 추가 조치의 속도와 강도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 박석 중국팀장도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작이라기보다 중앙은행의 공개시장조작에 의한 통화 미세조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휘청’=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23포인트(1.60%) 떨어진 1671.41을 기록하며 ‘두바이 쇼크’로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특히 중국발 수요 감소 우려로 철강금속업종이 4.02% 급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고, 유동성 위축에 따른 자산시장 조정 가능성에 증권(-3.55%), 건설(-2.21%), 은행(-1.90%) 업종의 낙폭도 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대만 가권지수가 각각 1.32%와 1.35% 하락하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200선을 내주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찬바람을 맞았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위원은 “그동안 한국 경제 회복은 강력한 경기부양 조치에 따른 중국 소비 활성화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며 “이번 조치가 중국 자산 버블만 잡으면 좋겠지만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발 수요 감소와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금 가격은 2% 이상, 구리 가격은 1.5%가량 떨어지는 등 국제 원자재 시장도 약세로 돌아섰다.
배병우 정동권 김정현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