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컨택트’로 외도 성공한 발레리나 김주원… 우아하고 강렬한 몸동작, 뮤지컬에 손짓하다
입력 2010-01-13 22:33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최근 ‘컨택트’ 제작발표회에서 “브로드웨이에서 ‘컨택트’를 봤는데 노란 원피스 여인은 그레이스 켈리의 이미지였다. 밤새도록 잊을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국내 초연에서 노란 원피스 여인을 맡은 발레리나 김주원은 신 대표가 받았던 느낌을 고스란히 재현해 낸다. 노란 원피스를 입은 김주원은 도도하면서 요염했다. 그리고 그의 몸 동작은 무대의 다른 배우를 압도할 만큼 우아하고 강렬했다. 그가 등장하는 3막 내내 관객은 다른 곳으로 눈길을 줄 틈도 없이 김주원에게 집중했다. 한국 최고 발레리나의 뮤지컬 외도는 성공적이었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컨택트’의 하이라이트 역시 김주원이 등장한 3막이었다. 자살하려다 실패한 마이클 와일리(장현성 분)가 우연히 들른 스윙클럽에서 노란 원피스 여인을 만나 한 눈에 반한다는 내용이다. 김주원이 춤과 외모로 관객을 사로잡는다면 장현성은 팽팽한 긴장감을 풀어주는 쉼표같은 역할을 한다. 사실상 드라마는 장현성 혼자 이끌어간다. 그가 외로움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앞부분은 좀 지루한 느낌이 들지만 노란 원피스 여인을 만나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춤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3막에 비하면 1막과 2막은 빛이 바랜다. 1막 ‘그네타기’는 산만하다는 느낌을 준다. 2막 ‘당신 움직였어?’는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안무가 이란영이 고군분투 하지만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동선이 어수선하고 이야기 밀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컨택트’는 브로드웨이에서도 논란이 있던 작품이다. 뮤지컬이면서도 배우가 노래를 하지 않고 춤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르에 대한 논란은 전문가들의 몫이지 일반 관객까지 그런 것에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오히려 어설픈 번역 때문에 노래의 호흡이 이상하게 엉켜버린 라이선스 뮤지컬의 노래를 듣는 것보다, 노래에 신경쓰지 않고 경쾌한 춤을 볼 수 있는 ‘컨택트’는 관객 입장에서도 반가운 작품이다. 낯선 것은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면 ‘컨택트’는 가볍게 즐기기에 적합한 공연이다. 17일까지 서울 서초동 LG아트센터, 22일부터 31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공연된다(1588-5212).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