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MB와 각세우는 의도… ‘약속 지키는 깨끗한 정치인’ 각인
입력 2010-01-13 22:10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세종 목장의 결투’가 시작됐다. 18대 총선 공천 파동과 지난해 미디어법 파동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여권 인사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세종시 논란은 ‘행정부처를 이전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됐으나, 이젠 대통령의 국정운영 장악력과 6월 지방선거, 19대 총선, 더 나아가 차기 대권 지형이 맞물리는 대형 사안으로 발전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된 것이다.
‘다가오는 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는 ‘현재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에 맞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세종시 대전(大戰)’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왜 이 대통령에 맞서 그토록 초강경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박 전 대표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대권전략’이라는 분석틀에 넣고 보아야 그 해답이 보인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같은 분석을 못마땅해 할지 모르나 이번 사안은 분명 ‘정책 대결’이 아닌 ‘정치 투쟁’이다.
첫째,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구축한 ‘원칙주의자’, ‘약속을 지키는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차기 대권싸움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칫 밀어붙이기를 계속할 경우 강성 이미지, 타협을 모르는 ‘독불장군’이라는 역풍이 불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그가 유지해왔던 ‘깨끗한 원칙주의자’란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이 차기 대권고지 선점에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는 지난 미디어법 때 방향을 선회했다가 다소 손해를 보았던 전례도 있다.
둘째, 정운찬 총리에 대한 견제다. 대권주자로서의 정 총리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그럼에도 언론에 노출빈도가 높아지면서 차기 주자로 부상하고 있고 정 총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낙마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자칫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정 총리를 더 놔두기보다는 세종시 문제를 계기로 그를 확실하게 정치권에서 퇴출시킴으로써 후환을 없애자는 포석으로 보인다.
셋째, 차기 대선에서 필승하기 위해서는 충청권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1,2등 후보 간 100만표 이내에서 승패가 갈리는 대선에서는 늘 충청권표가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 따라서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싸움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충청도 표를 확실히 잡아야 하고 이번 세종시 문제를 그 기회로 보는 것 같다.
넷째, ‘현재 권력’이 순순히 박 전 대표를 대권주자로 옹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차기자리를 스스로 ‘쟁취’하려는 것 같다. 과거 노태우 대통령과 차기를 이은 김영삼 대통령 간의 승계과정은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세종시 문제를 고리로 현 집권세력에 ‘박근혜=차기 한나라당 대권주자’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이강렬 국장기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