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최경주 “스폰서 로고 없는 모자 쓰느니…” Kotra·태극기 달고 ‘애국 출전’
입력 2010-01-13 18:22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를 국내 기업이 굳이 후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한국 남자골프의 양대 산맥인 양용은(38)과 최경주(40)가 당분간 메인스폰서 없이 투어 생활을 이어가야할 것 같다.
14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골프장(파70)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에 나란히 출전하는 양용은과 최경주는 13일 연습라운드에서 모자 한가운데에 각각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건곤감리가 그려진 태극기를 달고 나타났다.
보통 모자 중앙에는 메인스폰서 기업 로고를 달지만 두 선수는 현재 무적 상태라 어쩔 수없이 Kotra와 태극기를 다는 고육지책을 선택했다. 로고 없는 모자를 쓰느니 한국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자는 뜻에서 이런 애국적인 결단(?)을 내리게 됐다.
지난 해 연말로 테일러메이드와 메인스폰서 계약이 끝난 양용은은 지난해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인한 높아진 몸값과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탓에 새로운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양용은의 매니지먼트사인 IMG에 따르면 양용은의 몸값을 당초 50억원 이상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낮췄으나 선뜻 나서는 후원 기업이 없다고 한다. 스폰서 계약이 난항을 겪자 양용은은 지난주 Kotra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쓴데 이어 골프백도 프로 선수용이 아닌 일반 아마추어용을 사용하고 있다.
IMG 관계자는 “관심을 보이는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국내가 아닌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용은을 후원해서 얻는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승 없이 부진한 한해를 보냈던 최경주의 상황은 양용은보다 좋지 않다. 지난 해 메인스폰서였던 나이키와 계약도 끝나면서 쓸쓸하게 새해를 맞은 최경주는 다방면으로 메인스폰서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후원 기업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