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발견] 눈꽃에 추억을 담아
입력 2010-01-13 21:04
정말 춥다. 매서운 3한4한이 이어진다. 바깥에 나가면 신체의 돌출 부분이 예리하게 반응한다. 털없이 삐죽 나온 귀가 가장 취약하다. 귀를 접이식으로 만들어 쉽게 접어 다닐 수 없나.
눈도 이제 징하다. 열흘 전에 내린 것이 미동도 않고 버틴다. 거기에 삭풍이 스치니 석고마냥 굳어 버렸다. 조용한 정물이다. 밟아도 더 이상 뽀드득 소리가 나지 않는다.
동장군은 원래 무섭다. 영어에 ‘General Winter’라는 말도 있다. 나폴레옹군과 히틀러군을 축출한 러시아 장군이다. 그렇다고 동장군에 겁먹을 일은 아니다. 끼니와 땔감만 있으면 즐길 만하니까.
눈 들어 멀리 바라보면 백설을 인 북악의 이마가 명징하다. 가까이 나무에 걸린 눈송이도 탐스럽다. 솔가지를 덮은 눈꽃은 바람에 살랑살랑 군무를 춘다.
한강 또한 장관이다. 마포대교 근처에서 뽀얀 설원을 보여주더니, 하류의 성산대교 쪽에는 거대한 얼음 덩이가 수련처럼 떠있다.
2010년 1월의 설산(雪山)과 유빙(流氷). 추억의 서랍에 담아 둘 만하지 아니한가.
손수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