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록금 상한 필요성과 전제조건
입력 2010-01-13 18:07
여야가 도입하려는 대학 등록금 상한제에 대학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법으로 제한하려는 제도다. 지난해 말 여야가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대두됐다. ICL을 등록금 상한제와 연계 논의하자는 민주당 제의를 한나라당이 수용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는 그제 긴급 총회를 열고 “사립대들이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해왔는데도 법으로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도 같은 취지로 등록금 상한제 반대 성명을 냈다.
대학들의 반발은 수긍 가는 측면이 있다. 정부가 등록금을 통제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국공립대가 아닌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반(反)시장적 교육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입법을 통해 대학 등록금을 규제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등록금 상한제는 나름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동안 우리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률이 과도했던 탓이다. 국내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률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배를 넘어설 정도로 높았다. 그런데도 인상 근거를 명료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게다가 일부 대학은 적립금을 많이 쌓아놓고도 등록금을 올려 왔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를 보면 2008년 말 기준 전국 사립대 누적 적립금은 6조원을 상회한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게 책정되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대학들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이 부분은 등록금이 아니라 정부 재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현재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은 OECD 회원국 평균치의 절반에 불과하다. 때문에 등록금 상한제 논의는 정부가 대학 지원액을 크게 늘리는 문제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