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美,일관된 대북정책 견지해야
입력 2010-01-13 18:07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를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북한의 태도가 집요하다. 지난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중국, 러시아, 유엔 주재 대사가 기자회견 등을 갖고 유사한 주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북한이 느닷없이 6자회담과 평화협정 회담을 병행 추진하자고 제의한 속내는 뻔해 보인다. 6자회담과 평화협정 회담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를 희석시키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더 많은 지원을 받거나 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술일 것이다.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평화협정 회담 당사자로 미국과 중국만 거론함으로써 한국을 배제하려는 의사를 밝힌 데에서는 5개국의 탄탄한 대북 공조체제를 깨보려는 꼼수가 읽힌다.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를 협박하면서 평화협정 운운하는 북한에 대해 한·미 양국은 한목소리로 대응 중이다. ‘선(先)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진전, 후(後) 평화협정 논의’가 한·미의 공통된 입장이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뿐 아니라 긍정적인 비핵화 조치가 취해져야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을 종식시키지 않은 채 평화협정 회담을 여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양국의 대응은 적절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6자회담 및 평화협정 회담에 앞서 대북 제재조치를 해제해 달라는 북한 요구에는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어떤 대가도 지불할 수 없으며, 대북 제재 완화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이후 검토할 수 있다는 원칙을 재천명한 것이다.
평화협정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6자회담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비핵화 이행이라는 알맹이 없는 회담이라면 다소 연기돼도 무방할 것이다. 무리하게 서두르다가 북한 노림수에 휘둘리는 것보다 낫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냉철하고 일관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북한이 부질없는 생각을 접고 6자회담에 복귀해 핵 폐기 수순을 밟을 때까지 지금처럼 명확한 메시지를 북한에 계속 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