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은 신비주의 아닌 영적 소통의 언어” 성서학자가 쓴 국내 첫 연구서… 바울도 방언 적극 수용
입력 2010-01-13 20:37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서학자가 쓴 방언 연구서가 나왔다. 책의 저자는 지난해 ‘방언은 고귀한 하늘의 언어’를 펴내며 방언 전문가로 떠오른 평택대 김동수(신약학) 교수다.
‘신약이 말하는 방언’은 여러 논란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성경이 이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리학, 역사신학적 연구도 필요하지만 일단 성경 본문을 바로 주해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책은 로마서와 고린도전서를 중심으로 바울과 누가의 방언 이슈에 집중했다.
이러한 시급성으로 방언의 배경이 되는 종교사적 문제는 따로 취급하지 않았다. 방언은 신약의 고유 현상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신약 이전 문서인 구약성경이나 유대교 작품, 헬라종교에서 영감된 말이 있었지만 듣는 사람이 인식할 수 없는 하나님과 영적 교통의 언어로서의 방언은 없었다고 봤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학계에서 논의됐던 방언 연구를 “방언 현상의 종교사적 배경에 대한 것이 주류였다”며 “(방언은) 주로 헬라 신비종교에서 나타나는 엑스터시의 한 현상으로만 논의됐었다”고 분석했다.
신학계의 이런 흐름은 방언 연구를 바울신학이나 누가신학의 일부로 취급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또 방언 문제를 단순히 지역교회(고린도교회)에서 일어난 국지적 이슈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방언과 예언 같은 은사를 계시적 은사로 분류하고 이런 은사들이 중단됐다고 보는 이른바 ‘은사 중지설’의 등장으로 한동안 방언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전무했던 적도 있었다.
저자는 이 같은 기존 논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바울과 누가가 각각 나름의 방언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풀어내는 데 주력했다. 바울은 방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누가는 성령 충만의 표시로 제시했다는 주장은 연구의 산물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서구 학자들의 주요 논문을 모아 방언신학의 다양한 면모를 제시했다. 존 버튼의 ‘방언체험과 성령의 공감’을 비롯해 웨인 그루뎀의 ‘하나님의 태도에 대한 표적으로서의 방언과 예언’, 프랭크 마키아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탄식 방언신학을 위한 일고’ 등을 실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