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여론전] 세종시 헐값 분양·지역간 역차별 논란 차단

입력 2010-01-13 00:30

정부가 세종시 외에 전국의 혁신·기업도시에도 원형지 방식의 토지공급을 검토키로 한 것은 세종시 ‘헐값 분양’ 논란을 차단하고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재원이 문제다. 혁신·기업도시에도 세종시와 같은 수준의 가격으로 원형지 개발방식을 적용할 경우 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규모가 커지고, 이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원형지 공급방식 확대 왜?=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가운데 타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사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제기하는 사안은 입주 기업들에 3.3㎡당 36만~40만원에 원형지를 공급한다는 조건이다.

원형지로 공급될 경우 혁신도시의 평균 조성원가(3.3㎡당 213만원)보다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등을 추진 중인 지자체로부터 세종시 특혜시비가 불거지면서 지역 간 역차별 논란까지 야기했다.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를 조성 중인 지역에는 신규 투자 또는 이전 기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 세종시가 기업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근거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12일 “특화도시를 표방하며 기업을 유치하려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턱없이 싸게 공급되는 세종시 토지공급 방식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 차원에서는 원형지 공급방식을 아예 타 지역까지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부산 대구 등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10곳과 원주 등 6개 기업도시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LH, 적자폭 확대 불가피=혁신·기업도시를 대상으로 원형지 공급방식을 적용할 경우 LH의 추가적인 손실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산 128조원, 부채 108조원으로 부채비율만 504%에 달하는 LH로서는 숨통이 더 조여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아직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면서 “계획이 확정되더라도 LH의 손실폭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혁신도시 등에 원형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두고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도시의 경우 전체 면적이 4428만㎡로 이 가운데 업무용지가 153만㎡(3.5%)이고 기업 및 대학, 연구기관 등이 입주할 수 있는 클러스터 용지가 1264만㎡(28.5%) 규모다.

하지만 토지이용 계획이 대부분 세워져 있어 원형지로 공급될 만한 부지가 많지 않다는 것. 또한 이미 땅을 사들여 계약을 마친 공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124개 기관 가운데 용지 매입이 완료된 기관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총 10개 기관으로 이들이 매입한 평균 지가는 3.3㎡당 213만원에 달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