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치장하는 데 돈 너무 쓴다

입력 2010-01-12 19:44

서울시의 예산 낭비가 또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는 ‘서울시 청사 모뉴먼트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8월 5000만원을 들인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4차례 가림막을 교체하면서 6억2000만원을 들였다는 자료가 나왔다. 외벽 장식을 위해 5개월간 6억원을 사용했다는 것은 도시 미관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지나친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할 수 있겠다.

공사장을 가리는 가림막을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야 나무랄 것이 없다. 지난 2006년 신세계백화점이 르네 마그리트의 ‘겨울비’라는 작품으로 외벽을 장식해 신선한 충격을 준 이후 도시의 캔버스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도 ‘아트 펜스’라고 불리는 외벽 설치물을 통해 시정 홍보, 공연장, 전광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너무 빈번한 교체가 가져오는 예산 낭비다. 해마다 광복절 프로젝트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디자인을 보름간 선보이는 데 2억원을 쓴 것이 대표적 사례다. 내용 또한 ‘서울 사랑’ ‘희망 서울’ ‘천지의 기운이 남산과 한강으로 이어져 흐르길’ 등 서울시정을 홍보하는 것이 지나치게 많아 오세훈 시장 홍보용이라는 반감을 살 만하다.

서울시의 낭비성 예산 지출은 이번만이 아니다. 논란을 낳았던 광화문광장의 스노보드 대회용 점프대 설치에 17억원이 들었다. 이곳을 다시 스케이트장으로 조성하는 데 11억5000만원을 쏟아부었다. 이곳은 개장 당시 4억원을 들여 22만 송이 꽃을 심었던 플라워 카펫 자리였다. 말하자면 광화문광장의 특정 지점을 꾸미는 데 5개월간 무려 30억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예산이 새는데도 서울시 의회가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실망스럽다. 과도한 전시성 행사를 우려하거나 제지하는 의회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거니와 서울시장이 제출한 조례안 중 부결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이번 가림막 공사비 지출 현황도 한 시민단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어낸 자료다. 한 해 예산 21조원을 집행하는 거대 지자체 서울시의 살림살이에 대한 꼼꼼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