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은퇴 후 재능 나눔 힘쓰는 최화병 원로목사… 강단 떠나서도 세상 소금으로
입력 2010-01-12 19:37
2006년 5월, 41년간의 현역 목회를 끝냈다. 교회 밖 세상에도 할 일은 많았다. 전통문화재 해설사, 영어 강사, ‘웰 다잉(Well-Dying)’ 강사, 그리고 화가까지. 은퇴한 이후에도 하나님을 알리며 숨차게 달릴 수 있다는 것에 그는 감사한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만난 최화병(70) 원로목사 얘기다. 최 목사는 1965년 시골교회 전도사를 시작으로 육군 군목, 이화여고 배화여고 교목 등으로 사역했다. 99년 사재 6억원을 털어 경기도 용인에 팔복전원교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66세의 나이에 후임 목회자를 세우고 조기 은퇴했다. 여력이 있을 때 현역에서 물러나 젊은 후배와 함께 교회를 섬기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로 변신했다. 경기도 문화관광 해설사 자격을 얻어 한국민속촌에서 가이드 활동을 시작했고,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안내원도 맡았다. 미국 목회 경험을 살려 외국인 순례단이 오면 통역을 담당했다. 용인실버인력뱅크 소속 자원봉사자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일도 하고 사회복지관 영어회화 강사로도 봉사했다. 지난해부터는 교회와 요양시설 등을 돌며 살아 있는 순간의 소중함과 품위를 지키면서 죽음을 맞는 방법 등을 전하는 웰 다잉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림 공부도 본격화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이 좋았고, 소질이 있다는 평도 들었다. 그의 서재나 팔복교회에 걸린 예수 그림도 그가 그린 것이다. 자택 차고를 개조해 작업실을 만들고 동인회에 가입, 작품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특히 최 목사는 최근 열린 제8회 대한민국회화 대상전에서 서양화 부문 특선에 입상하며 정식 화가로 등단할 기회도 얻었다. 올해 안에 개인 성화전을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최 목사는 목회 인생이 마라톤과 같다고 했다. 평생을 달려왔는데, 현역에서 은퇴했다고 은둔하거나 쉬는 것은 마라톤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멈추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는 “강단을 떠났다고 해서 목회자로서의 사명이 다한 것은 아니다”며 “은퇴 후에도 주어진 달란트를 가지고 이웃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