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남아선호 왜?… “노후는 스스로” 세상이 변했다
입력 2010-01-12 22:46
세상이 변했다. 젊은 부모들이 딸을 바란다. 아들을 낳기 위해 딸만 내리 일곱 낳는 부부도 있었고, 아들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딸 이름을 짓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남아선호 풍조가 허물어지고 있다. 가치관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참여가 남아선호 풍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아선호 풍조 무너지는 이유=아들에 대한 오랜 집착이 사라지고 있다. ‘며느리를 딸로, 사위를 아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한 바보는 ‘며느리의 남편을 아들로 착각하는 것’이라는 유머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변화는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희미해지고 아들이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이 사라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 전국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2078명의 신생아 부모를 상대로 설문조사해 연구보고서를 낸 육아정책연구소 이정림 부연구위원은 12일 “가치관의 변화가 남아선호를 깨고 있다”고 분석했다.
복지를 전담하는 주체가 가족에서 사회로 넘어간 것도 남아선호를 깨뜨리는 역할을 했다. 예전에는 노후생활과 복지를 가족, 특히 아들이 도맡았지만 최근 들어 아들이 해왔던 일을 본인과 사회가 분담하고 있다. 아버지가 특히 아들보다 딸을 더 원하는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아들보다 딸이 키우기 쉽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남아선호를 허무는 데 한몫한다. 이 위원은 “보통 아들이 딸보다 장난도 심하고 힘도 세다 보니 어머니들은 딸 키우는 게 쉽다고 한다. 더욱이 일하는 어머니의 경우 자녀를 키울 때 육체적으로 더 힘든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여성 늘면서 나타나는 변화=첫 자녀를 출산한 여성들의 평균 연령은 30세였다. 만산(晩産) 추세가 뚜렷해 29세에 첫 출산이 15.9%로 가장 많았고 30세 11.7%, 28세 11.4%, 31세 9.4% 순이었다. 의학적으로는 20대 출산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산이 늘면서 조산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신생아 가운데 3%는 예정일보다 3주 이상 빨리 태어난 조산아다. 분만 형태는 자연 분만 55.4%, 계획된 제왕절개 26.7%, 응급 제왕절개 17.9%로 조사됐다.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등 보조생식술로 출산한 비율은 주부가 직장 여성보다 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조생식술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일하는 여성이 난임(難妊)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를 이용해 출산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모유수유 기간도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유수유 기간은 평균 8주 정도인데 이는 직장 여성 대부분이 출산 휴가 3개월에 맞춰 2개월째부터 모유수유를 중단하고 아이가 젖병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생아의 첫 대리 양육자는 외조부모나 친조부모의 비율이 71.7%로 나왔다. 육아 도우미나 가사 도우미를 이용하는 비율은 10%였다.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부모로서 책임감을 덜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이 가정을 너무 중시하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남성보다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상대적으로 덜 느낀다는 것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