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상기(商機)
입력 2010-01-12 22:58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세계 최고(162층 828m) 빌딩 부르즈 칼리파가 높이만큼이나 풍성하게 화제를 낳고 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이 빌딩은 지난해 말 두바이 국영 투자회사 두바이월드의 채무유예로 일어난 두바이 쇼크 와중에서 지난 4일 개장했다. 부르즈 두바이로 불리던 빌딩 이름은 두바이에 100억 달러를 지원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면하게 해 준 아부다비의 통치자이자 UAE 대통령인 셰이크 칼리파의 은혜를 기려 개장식 날 부르즈 칼리파로 전격 바뀌었다.
구름을 뚫을 정도로 아득한 높이 때문에 ‘인류의 도전’이라고까지 불린 이 빌딩은 빚더미 위에서 잔치 벌인다는 냉소와 함께 ‘두바이의 바벨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따른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예상했던 대로 문전성시. 개장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0일 초속 10m로 124층 전망대까지 1분도 걸리지 않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승객 14명이 430m 높이에서 1시간이나 갇히는 사고도 일어났다.
구름처럼 몰린 관광객 뒤에서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원저우(溫州) 상인’들이 주판을 퉁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원저우 상인은 중국 동남부 저장(浙江)성의 원저우에 뿌리를 두고 중국 전역과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뻗어 있다. 원저우시 인구가 750만명인데, 해외의 원저우인이 200만명에 이를 정도.
상재(商才)가 뛰어날 뿐 아니라 개척정신이 강하고 서로 돕는 결속력으로 유명하다. 중국 개혁개방의 원조 덩샤오핑도 “원저우의 모험가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중국 경제의 숨은 주역이다.
중국의 부동산 열풍을 주도할 뿐 아니라 전 세계 유망 부동산에도 투자하고 있는 이들이 두바이 쇼크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약 20억 위안(3300억원)을 손해 봤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럼에도 부르즈 칼리파의 매물 가격이 2008년 상반기 대비 절반으로 하락한 지금을 투자 적기라고 판단, 춘절(2월 14일) 연휴에 맞춰 매물을 고르는 부동산관광에 나선다. 땅에서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말이 이런 경우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 원래 계획에 없던 대기업들이 추가 참여를 검토하는 모양이다. 어느 대기업 회장은 “조건이 이렇게 좋은데 안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다.
처음부터 흔쾌하게 국가정책에 참여한 삼성 한화 웅진 롯데와 비교된다. 반면 앞서 주택용지를 분양받은 건설회사들은 가격차가 크다며 불만이 많다. 상업의 신 헤르메스가 공평할 수는 없겠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