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맸던 은행들,이번엔 몸집불리기 경쟁

입력 2010-01-12 21:29


올 점포신설 150여곳… 예금 늘려 정부 예대율 규제 대응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움츠렸던 은행들이 올해 점포를 150여곳 가까이 늘리는 등 외형 확대 경쟁에 본격 나설 태세다.

점포 확장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다가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축 경영을 추진해온 시중은행들이 올해 다시 지점을 늘려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외형 확대 경쟁은 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40개 지점을 신설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15곳은 개인금융에 특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지점을 통폐합할 때 점포수를 12개나 늘리면서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그 결과 기업은행은 지난해 원화대출이 105조6011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5.0% 증가하는 등 시중은행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수신 부문에서도 11.7%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원화대출은 고작 0.1% 증가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1.5%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점포 확대 경쟁에 나서고 있다. SC제일은행 32개, 신한은행 30개, 우리은행 15개, 국민은행 10개, 외환은행 8개 등 각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능가하는 점포를 보유할 전망이다.

대출 부문 순위에서 기업은행에 뒤처진 하나은행도 절차탁마 중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경영구호를 ‘2010 점프 투게더’로 정하고 인천 청라·송도 등의 택지개발지구와 신도시를 중심으로 20여개 지점을 새로 내는 등 신발 끈을 바싹 조였다.

산업은행도 이달 중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금융본부를 신설, 예금 유치를 위해 ‘파이낸셜 플래너(FP·개인 대상으로 종합적인 재산운용의 조언을 하는 전문가) 모집인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전국 점포수가 45개에 불과한 산은은 모집인을 통해 취약한 수신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점포 확장 경쟁에 나선 것은 예금 조달을 늘리는 방법으로 금융감독 당국의 예대율 규제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예대율을 100% 이내로 끌어내리기 위해 대출을 줄일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예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예대율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으로 보이는 M&A에 대비, 자산을 불리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자산을 늘려 덩치를 불려놔야 M&A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잡아먹히는 신세 대신 포식자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 간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이 외형을 5∼10% 늘린다는 방침 아래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영업점을 확충하는 게 관건이라고 판단, 점포 신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