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여론전] 李대통령-시도지사 오찬… “주민들 걱정 않게 뭔가 보여달라”

입력 2010-01-12 22:40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본격적인 여론 설득작업에 나섰다.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들과의 오찬간담회는 첫 출발점이었다.

오찬 간담회에서는 “우려스럽다. 우리 지역도 지원해 달라”는 시·도지사들의 건의·민원과 “차별은 없다. 걱정하지 말라”는 이 대통령의 답변이 대조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선거가 가까이 다가오니까 시·도지사들이 선거를 의식한 발언을 많이 하더라”고 뼈있는 얘기를 했다. 시·도지사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상당 부분은 이해하지만 여러분들은 반은 정치인, 반은 공직자의 관점에서 지역 발전도 중요하게 다루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하면서 임해야 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은 시·도지사들에게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넓은 시야‘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시·도지사들이 너무 수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미래경쟁력 강화를 준비하는 정부가 불필요하게 사업을 준비시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하고 있는 사업만 가지고 내가 하는 것이 맞고 네가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다퉈서는 미래가 없다”며 “자치 단체장들이 지나치게 피해의식을 가지지 말고 자신 있게 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나중에 표로 보여주겠다”고 강력 반발했던 김문수 경기지사는 “수도분할이라는 망국적 포퓰리즘을 막아주신 것은 역사적인 큰 결단”이라고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세종시에 다 가져다 주는 게 아닌가 하고 주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대구 지역에)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주시면 안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택 충북지사도 “대단히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면서도 “다만 충북이 세종시와 불가피하게 경쟁하는 등 오히려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세종시 퍼주기나 세종시 블랙홀 문제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며 “입주기업 대학 등에 부여되는 세제 지원은 혁신 기업도시에도 동일하게 제공되며, 혁신도시 기업도시도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세종시 수정 결단을 내린 고뇌도 재차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도시가 내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다음 정권 중간쯤 해야 할 일”이라며 “나는 그냥 슬슬해 가면 만사가 다 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욕을 먹고 정치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대통령 된 사람의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