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여론전] 박근혜 수정안 반대 재확인… 당내 갈등 증폭

입력 2010-01-12 22:39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2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거부감을 확고히 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원안이 없어지고, 알파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평소 ‘원안이 포함되지 않은 수정안은 반대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의 수정안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충청권 여론이 수정에 찬성해도 여전히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권태신 총리실장이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원안 고수는 낭떠러지로 차를 모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승객들은 그렇게 안 보는데 버스 기사만 낭떠러지를 봤다는 것이냐”며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의 확고한 반대 입장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친박계 공세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 관계자는 “이제 양측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현 정권의 통치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수정안이 관철될 경우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박 전 대표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 같은 친이-친박 간 논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중요한 국가 정책을 세울 때 다양한 의견이 피력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세종시 문제에 대해 지금 바로 토론하는 것보다는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된 다음 토론에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관련 당내 친이-친박 대결을 우려한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한 듯 이날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세종시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당내 친이-친박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종시 관련 당론수정이나 법안통과와 같은 절차에 돌입하면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