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여론전] 친이-친박-야권 “퇴로는 없다” 논리싸움 본격화

입력 2010-01-12 22:30


세종시 수정 추진의 당위성과 부당성을 놓고 찬성파와 반대파의 논리 싸움이 본격화됐다. 정부, 한나라당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및 야권이 그 대척점에 서 있다. 어느 쪽 주장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더 설득력을 갖느냐에 따라 세종시의 운명도 좌우될 전망이다. 극적인 타협이 없는 한 여론전에서 밀리게 되는 쪽은 정치적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번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정안의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양측 논리를 짚어본다.

① 행정효율 VS 균형발전

세종시 원안 추진과 수정 추진 진영 간에 가장 첨예하게 맞서 있는 대목이다. 정부와 한나라당 내 수정안 찬성파는 한국행정연구원의 최근 연구결과를 토대로, 세종시에 9부2처2청이 내려가면 공무원 출장비와 교통비 등 매년 3조∼5조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등 향후 20년간 100조원의 손실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또 긴급 상황 발생 시 정부의 대응능력이 떨어지고, 남북통일 등의 국가 백년대계를 대비해서도 부처 이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정안 반대파는 국책연구소의 보고서 자체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참여정부 때인 2004년 재정경제부가 작성한 ‘신행정수도 건설의 파급효과’ 보고서에서는 수도권 교통혼잡비용 감소 등 수도 이전에 따른 이익이 100조원으로 나타나는 등 정권 의중에 따라 숫자가 바뀐다는 것이다. 또 비효율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긍정적 요소와 약속위반이나 신뢰상실, 정치적 갈등 비용을 감안하면 행정 비효율 문제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논리다. 수정안 찬성파는 또 원안으로 세종시가 건설돼도 유령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12일 “원안이 완전무결한 계획은 아니지만, 자족기능은 시행해가면서 채워 넣으면 될 만한 사안이지, 대국민 신뢰를 파기하면서까지 수정안을 강행하는 것은 감기가 있다고 항암치료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② 시너지 VS 역차별

세종시 수정 추진에 따른 역차별 문제와 재벌 특혜 문제도 찬성, 반대파 간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우선 수정안 반대파는 세종시로 인해 과학비즈니스벨트 도시를 유치하려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헛물을 켜 상대적 박탈을 당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또 혁신도시 등에 이전을 고려하던 기업들이 다들 세종시로 눈을 돌리는 등 세종시 수정안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3.3㎡당 조성원가가 227만원이 들어간 세종시를 대기업들에 38만원에 파는 것은 특혜라는 것이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삼성 한화 웅진 등 3개 대기업에만 1조7000억원의 특혜를 준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반박자료에서 “세종시 기업 유치는 전부 신규투자로 타 지역에서 뺏어온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세종시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할 경우, 인근 대전 오송 오창은 물론 대구 부산과 인천 원주 광주 등으로 효과가 파급돼 “블랙홀이 아니라 화이트홀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찬성파는 대기업 특혜에 대해서도 “세종시 원형지 가격은 3.3㎡당 38만원이지만, 기업이 추가로 38만원 정도의 토지조성비용을 들이면 76만원이 든다”며 “인근 오송(50만원)단지나 대덕테크노도시(98만원)의 분양가를 감안하면 특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③ 정밀진단 VS 졸속입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 야당은 일제히 ‘졸속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시작된 날림공사안”이라고 폄하했다. 도시건축가 출신 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1960∼70년대 개발독재 당시에나 가능했던 국정운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5년 동안 국제 공모 6번과 100여 차례의 토론 끝에 탄생한 세종시 원안과 비교할 때 수정안은 지난해 9월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문제를 꺼낸 지 4개월 만에,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출범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준비기간이 턱없이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준비 기간만으로 ‘밀도’를 논하는 것은 무리라고 일축한다. 특히 정부 내부에선 “원안이 수년간 토론의 결과물이라지만 정략적으로 졸속 추진돼 자족도시 충족을 위한 기업 유치 등 실행 전략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정부는 또 정 총리의 5차례 충청행 등을 통한 여론수렴과 민관합동위원회의 11차례 회의를 통해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변경하는 대안이 마련됐다고 강조한다.

④ 자발투자 VS 신종관치

야권은 세종시 ‘관치’ 논란도 쟁점화할 태세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세종시 대기업 유치와 관련, “MB정부가 신종 정경유착으로 당근을 제시하고 신종 관치를 통해 기업들의 손목을 비튼 결과로 세종시 입주 기업 리스트가 발표됐다”고 꼬집었다. 정운찬 총리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펼친 이른바 ‘세종시 세일즈’에 기업들이 자발적 동의가 아닌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했다는 논리다.

또 자발적 참여가 아닌 만큼 정부가 내세운 조건이 달라졌을 경우 기업들이 투자를 취소하거나 목적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 유치는 강압이 아닌,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결과라고 말한다. 총리실은 “행복청에서 재작년부터 산발적으로 접촉해 왔으나 인센티브 미미 등으로 구체적인 투자협의 진전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총리가 전경련 방문 등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검토 의뢰를 받고 개별적으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해온 기업 중심으로 투자의향을 일일이 확인해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⑤ 고용창출 VS 과대포장

고용문제도 정부는 세종시가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산업 기능이 강화돼 고용인구도 원안보다 3배 늘어난 24만6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각 창출되는 고용인원만 삼성 1만5000명 등 기업체가 2만3000명, 과학비즈니스 벨트가 3800명, 대학 3600명 등 3만600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조원동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기획단장은 “대학생과 교직원, 앞으로 유치할 외국 기업들의 종사자 수를 합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야당에선 수정안이 내건 고용효과가 부풀려졌다고 지적한다. 가능한 최대 목표를 설정한 것일 뿐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라는 주장이다. 일례로 LG는 지난 2년간 파주의 LCD 공장에 2조5000억원을 투자했어도 고용 창출효과는 2000명에 미치지 못하는데 삼성의 경우 2015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1만5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또 실제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손병호 한장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