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마을 이색 전시회… 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들

입력 2010-01-12 18:22


책은 두근거림으로 다가오는 친구이기도 하고 인생의 좌표를 제시하는 스승이기도 하다. 때로는 독서의 중압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과 미술 작가들에게 책은 어떤 의미일까.



경기도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 갤러리 한길과 북하우스 아트페이스에서 각각 열리는 ‘책의 공화국’과 ‘책, 오래된 빛을 찾아서’는 책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 전시다.

‘책의 공화국’에는 오원배 이지현 정세윤 최영돈 최은경 최진아 등 작가 6명이 책을 그림으로 해석했다. 인간 소외를 주제로 한 오원배는 중세의 프레스코 벽화처럼 책 표지를 장식하고 이지현은 책을 뜯는 작업을 통해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했다.

사진작가 정세윤은 책과 지식이 쌓여갈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역설을 담아내고 생성과 소멸을 포착해온 최영돈은 시간의 본질과 의미를 탐색하는 사진 작업을 선보인다.

최은경은 책속 문자를 없애는 조각작품을 통해 “무수한 책을 읽고, 지성인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위치에 서게 되면 왜 인간은 정직해지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최진아는 소통의 도구이지만 반대로 소통을 통제하는 문자의 한계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책, 오래된 빛을 찾아서’ 전은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카메라에 포착해낸 책의 다각적인 면면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취미로 들게 된 카메라를 가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책을 피사체로서 마주했다. 책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순간, 그는 셔터를 눌렀다.

출품작은 모두 20점으로 권력과 출판의 긴장관계를 상징하는 사진들이 볼거리다. 1980년 한길사가 발행한 마틴 카노이의 ‘교육과 문화적 식민주의’와 차기벽 전 경북대 교수의 ‘일본 현대사의 구조’ 원고뭉치를 찍은 사진에는 당시 계엄사령부의 검열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우상과 이성’ 등 1970∼80년대 독재정권을 긴장시킨 책들을 잇따라 출판한 한길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이와 함께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훈민정음 언해본’을 비롯해 ‘책읽는 아이들’ ‘유럽의 한 고서점 서가의 풍경’ ‘아주 오래된 한 권의 큰 책-한 권의 책은 하나의 건축을 닮았다’ ‘오래된 영어사전’ 등 김 대표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2월 21일까지(031-955-209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