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사물놀이-죽은 나무 꽃 피우기’ 대본 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사물놀이,가상+현실 4D로 재탄생”
입력 2010-01-12 22:57
이어령(76) 전 문화부 장관이 올해 키워드로 3D 입체영상을 꼽았다. 이 전 장관은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로그 사물놀이-죽은 나무 꽃 피우기’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현실은 3차원인데 그동안 영상이나 문화 콘텐츠는 모두 2차원에 머물렀다”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생활의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3D 영상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지칭하며 “아바타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양식 자체가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이 기술을 만들면 일본이 상품화를 하고 한국이 예술을 만든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이 비디오 기술을 만들고 일본이 비디오를 상품화했으며 백남준이 이를 이용해 미디어 아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디지로그 사물놀이-죽은 나무 꽃 피우기’의 대본을 직접 쓰며 이 공연에 참가한 이 전 장관은 “우리가 하려는 것은 3D가 아니라 4D”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3차원이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공간을 의미한다면 여기에 관객이 직접 참여해 시간의 제약을 없앤 것이 4D”라고 설명했다. “가상현실이 따로 있고 실제 현실이 별도로 있다면 그건 영화에 머무는 거죠. 한 공간에서 만난다면 그게 디지로그(Digilog)죠.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같이 하나가 되는 겁니다. 사물놀이는 아날로그입니다. 영상도 찍을 수 있죠. 김덕수가 사물놀이 하는 걸 찍어서 무대에 틀었는데 실제 김덕수가 와서 함께 치면 어떨까요? 그게 4D입니다.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함께 결합하는 거죠.”
이 전 장관은 ‘디지로그 사물놀이-죽은 나무 꽃 피우기’의 이야기를 꽹과리, 징, 장구, 북 네 가지로 풀어낸다. “네 악기를 오행사상으로 보면 각각 동서남북,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타냅니다.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산업기술, 금융자본주의 등은 더 이상 안 됩니다. 현대 문명은 좋긴 하나 끝이 보입니다. 사물놀이는 동서남북, 춘하추동의 순환하는 리듬에 의해 사막화된 현실이 꽃이 피고 겨울이 되고 다시 거기서 새싹이 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사물놀이가 만들어내는 한국적인 장단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랩이든 재즈든 한국 리듬에는 안 맞는다. 하지만 우리 사물놀이 장단은 재즈건 블루스건 다 맞춰줄 수 있다. 리듬 폭이 넓다”면서 “서양의 춤을 두고 우리 사물놀이 장단과 매치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맞아 떨어지면 한국의 사물놀이가 세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로그 사물놀이-죽은 나무 꽃 피우기’는 27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사직동 광화문아트홀에서 공연된다. 5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다(02-722-3416).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