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약국(39)
입력 2010-01-12 17:34
사랑이란
눈 위에 까만 점이 박힌 진돗개가 생겼다고 길러 보시지 않겠느냐고 임 장로님이 그러십니다. 그다지 갖고 싶은 게 없는 난데 유달리 개 욕심은 있습니다. 그것도 점박이 강아지란 말에 대답이 생각을 앞질러 가고 말았습니다. ‘앞질러 간다’는 말의 뜻은, 기르다가 정을 떼야만 하는 순간에 생기는 가슴 통증을 염려하는 것입니다. 장난이 아니거든요.
에리히 프롬이란 이가 그랬던가요, 사랑은 어둠이 있어야 비로소 볼 수 있는 별처럼 아픔을 통해서만 자라가는 지고(至高)한 희열이라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부활을 믿지 않는 도마에게 손바닥의 못 자국을 보였던 예수님의 그것도 사랑은 고통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손바닥에 쾅쾅 못을 박는 것입니다. 자신의 옆구리를 창으로 푹 찌르는 것입니다.
비록 예수의 그것이 아닐지라도, 강아지를 기르다 떼는 고통의 하찮은 것이라도, 누군가를, 뭔가를 절실히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그 고통의 상흔이 생기는 겁니다. 그것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지요.
사랑을 선택한 사람은 누구나 마굿간에서 태어나 십자가에서 죽는 것 같은 고통의 삶을 선택한 겁니다.
장엄동설한입니다. 예고 없이 나타나신 이가 내게 야윈 손을 내미시며 말하십니다. “이제 너도 [사랑] 알겠지? 그게 아픈 건 줄, 고통인 줄 알겠지? 너도 나처럼 손과 옆구리에 [사랑]의 자국 하나 만들어서 [사랑]으로 살아라!”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