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논술고사 한자어 표기 ‘오류’…대학 “잘못 인정…한글과 병기해 풀이엔 문제없어”

입력 2010-01-12 04:02

서울대가 2010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제시문에서 한자어 표기를 틀리는 오류를 범했다.

서울대는 11일 치른 정시모집 논술고사의 인문계열 3개 문항 가운데 문항3 제시문 (나)의 출처를 ‘유형원 『반계수록(磻溪隧錄)』, 1670년’이라고 인용했다.

실학자 유형원의 반계수록(磻溪隨錄)을 잘못 표기한 것이다. 따를 수(隨)자가 쓰여야 하지만 길 수(隧)자로 오기했다. 인용한 부분은 노비제를 폐지하자는 유형원의 생각을 밝힌 내용이다. 인문계열 정시모집에 응시한 1050명이 오류가 있는 문제지를 받아든 셈이다.

서울대는 반계수록(磻溪隧錄)의 한자어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는 “한자어 병기가 잘못됐다. 오타가 맞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표기 오류에 대해 수험생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오타로 인해 어떤 곤란함이 있었는지 설명한다면 모르겠지만 한글과 함께 제시문이 주어졌기 때문에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자어 오기에 대해 “서울대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는 정시모집 논술고사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게 한 시험”이라고 자평했다. 출제 지문은 대부분 국어 국사 화학 등 고교 교과서와 반계수록 등 고교 교과과정에서 소개한 고전을 인용했다. 서울대는 “정상적인 고교 교육만 수행한 학생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깊이 있는 사고과정을 거쳐야 문제 풀이가 가능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인문계열 3개 문항은 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과 하틀리의 오존층 존재 가설을 제시하고 ‘창의적인 사고의 개념’이 무엇인지 물었다. 문화적 요인을 포괄해 우리나라의 구체적 발전 방안을 제시하게 했다. 또 자신이 19세기 초반의 실학자라고 가정하고 노비제에 대한 주장을 논설문으로 작성하게 했다. 서울대는 “인문계열 논술의 경우 구체적인 논증 과정이 드러나는지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계열 문항은 4개로, 과학적 지식을 구체적 자연 현상에 적용해 통합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을 평가했다. 수심이 얕아지는 해안가로 파동이 전해져 오는 경우 속도 변화에 따라 파동의 진폭이 어떻게 변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게 했다. 동물의 호흡이 지구 환경에 미칠 영향을 기술하게 하는 문제도 있었다. 아르키메데스의 ‘나선’ 연구를 토대로 다각 나선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게 하는 문제도 출제됐다. 끝으로 서울대는 별의 운행을 토대로 우주를 이루는 물질들이 물리의 법칙에 지배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했다.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고사에는 2502명의 학생이 몰렸다. 인문계열 1050명, 자연계열 1326명, 체육교육과 96명이 응시했다. 정시모집 합격자는 다음달 1일 발표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