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할머니 유족-병원 ‘법적공방’ 본격화… 병원 과실·과잉진료 여부 쟁점
입력 2010-01-11 19:07
김모 할머니는 10일 평온하게 숨을 거뒀지만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사망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공방의 쟁점은 2008년 2월 폐 조직 검사를 받던 김 할머니가 식물인간이 된 것이 병원 과실인지, 김 할머니가 의식을 잃은 뒤 인공호흡기를 붙이는 등 연명치료를 한 것이 과잉진료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유족 측 신현호 변호사는 11일 “폐혈관 기형 등 출혈을 일으킬 문제가 없던 김 할머니를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조직 검사 과정에서 병원 측 과실로 생긴 폐출혈 때문”이라며 “병원에서 사인이라고 밝힌 다발성 장기부전은 직접적인 질병명이 아니라 사망 당시 한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측은 “다발성 골수종 때문에 혈관이 약해져 폐혈관에 출혈이 쉽게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망 당시 사인으로 다발성 장기부전을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 변호사는 또 “김 할머니 가족이 ‘우리 어머니가 이런 모습을 싫어했다’며 인공호흡기를 떼 달라고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거 이후에도 6개월 넘게 살았다”며 인공호흡기 부착은 명백한 과잉진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를 뗀 지 사흘 만에 산소포화도가 70% 이하로 떨어졌다”며 “어느 의사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추상적인 요구만으로 인공호흡기를 떼겠느냐”고 맞받았다.
날 선 공방이 오가고 있지만 법원 판단과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날 오전 경찰로부터 김 할머니 시신을 넘겨받아 3시간 동안 부검을 진행했다. 부검 결과 오른팔 골절과 폐암 의심 증세가 발견됐지만 폐출혈 부위나 정확한 사인은 드러나지 않았고 한 달 후쯤 정밀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유족 측이 병원의 과실 책임을 물어 1억4000만원을 청구한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서울대병원 등 5곳에 진료기록 감정을 의뢰했지만 아직 결과를 취합하지 못했다. 더욱이 다음달 법관 인사에서 담당 재판부 구성원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본격적인 법정 다툼은 그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