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종시 수정안] ‘행정’ 빼고 다 담은 종합선물세트… 충청민심 어디로
입력 2010-01-11 22:21
정부가 ‘행정도시를 선택할 것인가, 살기 좋고 일자리 많은 첨단 경제도시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양자택일의 질문지를 충청도민에게 내놓았다. 정부는 세종시 원안의 행정중심 기능을 과감히 삭제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며 정면승부를 택했다. 삼성·한화·웅진·롯데 등 대기업을 유치해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충청권의 반발 여론과 비(非) 충청권의 역차별 논란도 동시에 감안했다. 정부 수정안은 충청권 민심의 변화 여부와 운명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1일 ‘세종시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세종시는 미래형 첨단 경제도시’라고 규정했다. 행정부처는 이전하지 않지만 ‘경제+교육+문화+교통’이 결합한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원안과 비교했을 때, 수정안이 월등하게 비교우위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세종시의 모습은 기존 계획과 마찬가지로 중앙 녹지공간을 중심으로 각종 도시기능들이 ‘도넛’ 모양으로 배치된 환상형(環狀形) 구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도시기능과 토지이용계획은 크게 바뀌었다. 세종시에 새로운 기능이 입혀지면서 대학·연구타운, 글로벌투자 유치지구, 첨단·녹색산업지구, 연구·벤처·국제교류지구, 중심상업·업무·문화지구가 고리 형태로 서로 연결됐다.
◇첨단과학과 기업 유치로 승부수=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도시 육성은 수정안의 핵심이다. 세종시를 단순히 기업이 많은 도시로 키우는 게 아니라, 첨단과학의 연구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2015년까지 3조5000억원을 투자해 세종국제과학원(가칭)을 설립하고 그 산하에 기초과학 연구원, 융복합 연구센터, 중이온가속기 등을 설립하겠다는 세부계획까지 담았다. 녹색산업의 유치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한화·웅진·롯데 등 기업의 유치는 충청권 민심 변화를 위한 히든카드였다. 정부는 또 오스트리아 태양광 관련 제품 생산업체인 SSF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2008년부터 기업 유치를 위해 물밑작업을 벌였다. 기업과의 접촉이 공개될 경우 유치 계약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했다. 총리실은 지난해 11월 정 총리의 전국경제인연합회 방문 이후 기업과의 접촉이 속도를 냈다고 설명했다.
기업 유치를 위해 유인책이 필요했다. 대기업과 대학 등 대규모 투자자에게는 개발이 안 된 원형지를 3.3㎡(1평)당 36만∼40만원에, 소규모 투자자에게는 조성지를 3.3㎡당 50만∼100만원에 각각 공급키로 했다. 정부는 대기업에 공급하는 토지가격이 “인근 산업단지 공급가격에서 개발비용을 뺀 것으로, 결코 헐값에 땅을 공급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기업들을 위해 소득·법인세와 취·등록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부여했다.
◇충청권과 비(非) 충청권 민심 모두 고려=정부는 수정안의 내용이 진정성 있게 전파되면 성난 충청권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세종시에 정부가 넣을 것을 다 넣었다”면서 “충청도민들도 마음을 열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하면서 충청권 민심이나 다른 지역의 역차별 논란도 고려했다. 입주기업들도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것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신규사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세종시가 다른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블랙홀’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조치다. 또 전국 10여곳에 조성 중인 혁신도시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거듭했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국가균형발전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원안이 균형발전에 도움이 안 돼 발전방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