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펀치→잽잽잽… 알카에다 ‘전략의 진화’

입력 2010-01-11 18:17

한방 작전서 ‘능지처참’ 선회… 과거 대응 안통해, 금융 시스템 교란·과도한 정보 흘려 혼선 유도

이슬람 과격단체 알카에다의 대미(對美)테러 전략이 2001년 9·11 사태 이후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미국 정보 당국의 대응은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테러 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만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10일 워싱턴포스트에 쓴 기고문에서 알카에다 지도부가 9·11테러 당시 한방에 적을 쓰러뜨리는 ‘녹아웃(Knock-out)’ 전략을 구사했지만 지금은 사지를 잘라내 상대방을 천천히 죽이는 ‘능지처참형(death by a thousand cuts)’으로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능지처참형 전략으론 5가지가 제시됐다. 우선, 정보 과부하에 걸린 미 정보 당국에 더 많은 정보를 흘려보내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지난 성탄절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도 이 전략을 써서 미 정보 당국이 핵심 정보를 간과하게 만든 성공 사례다.

두 번째,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서방국가들의 금융시스템을 교란, 경제혼란을 부추기는 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세 번째, 미국과 동맹국 간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되는 자살폭탄 테러가 영국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등 자국 내 파병 철회 여론이 높은 국가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네 번째, 정정 불안도 알카에다의 중요한 먹잇감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알카에다는 내정이 불안정한 알제리, 소말리아, 예멘 등으로 근거지를 확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알카에다는 테러리스트 요원 확충을 위해 비이슬람권으로 마수를 뻗친다. 이들은 이슬람권 출신과 달리 미 정보 당국의 신원 조회에 잘 걸리지 않아 테러 활동에 유리하다.

호프만 교수는 지난해 11월 이슬람 개종자가 자행한 포트 후드 미군기지 총기 사건과 지난해 12월 이중첩자가 일으킨 미 중앙정보국(CIA)의 아프간지부 테러사건, 의식화된 지원자가 저지른 성탄절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 등이 모두 알카에다의 진화를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카에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의 동력인 급진적 의식화와 이를 통한 충원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