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대한항공 ‘신영철 효과’로 고공비행… 사령탑 교체 후 8승1패 토종들 빠른 공격 맹위

입력 2010-01-11 18:18


정규리그 반환점을 돈 남자 프로배구에서 대한항공의 상승세가 무섭다. 시즌 초 절반의 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던 대한항공은 지난 달 10일 신영철 감독대행으로 사령탑을 교체한 이후 8승1패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1일 현재 2위 그룹인 현대캐피탈과 LIG손해보험에 불과 반게임차 4위(12승6패). 남자배구는 12일부터 시작되는 4라운드부터 선두권에 일대 혼전이 벌어질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신영철 효과’로 불리는 대한항공의 승리비결은 무엇일까.

대한항공에는 내로라하는 스타급 선수는 적지만 인적자원은 타 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거포는 없지만 빠른 공격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리시브 등 수비 조직력이 탄탄한 강점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두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도 했다.

올 시즌 용병 밀류셰프를 라이트 공격수로 영입했지만 초반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진준택 감독이 퇴진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신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밀류셰프에 의존하는 오픈 강타를 줄이고 빠른 공격이 주무기인 신영수 강동진 장광균(이상 레프트) 김학민(라이트) 등 토종 공격수의 강점을 믿었다. 이들을 활용한 빠른 공격으로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며 공격 루트를 다양화했고 부담이 줄어진 밀류셰프도 덩달아 살아났다. 7개팀 중 퀵오픈공격 1위이고 이동공격, 속공이 2위에 올라있는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이를 가능케 한 선수는 세터 한선수다. 명세터 출신 신 감독의 집중 조련을 받은 그는 한 박자 빠른 안정감 있는 토스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세터부문 2위.

여기에 경기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하는 신 감독의 용병술도 연승행진에 한몫했다. 그와 17년간 사제의 연을 맺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경기를 읽어내는 신 감독의 내공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 5일 현대캐피탈전에서는 밀류셰프의 대체선수로 활용하던 라이트 김학민을 전격적으로 레프트로 기용하는 변칙 포메이션으로 승리를 따냈다. 지난 9일 삼성화재전서는 선수들의 승부욕과 집중력이 돋보였다. 9-12로 패색이 짙어가던 5세트에서는 강동진이 자신보다 15㎝나 큰 가빈의 강타를 잇달아 블로킹하는 등 연속 6득점으로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대한항공의 과제는 범실을 줄이는 것. 경기당 21.9개로 전체 2위다. 대한항공은 17일 신협상무, 19일 LIG손보와 격돌하며 상위권 도약을 노리게 된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