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현욱] 오바마 앞날 순탄치 않다

입력 2010-01-11 18:03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제44대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큰 관심과 기대 속에 출범한 오바마 정부는 많은 난제를 안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미국 금융위기 극복이었다.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유입시켰고 자동차와 금융산업 등의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기회복에 대한 뚜렷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의료보험개혁과 기후변화입법 등과 관련해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얼마 전 의료보험개혁안이 상원을 통과했음에도 서민을 위한 의료보험개혁이 지나친 정부의 개입 확대와 시장경제의 무시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오바마 정부가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기울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지층내 균열 가능성 커

2010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바마 정부를 지지했던 이념적 연립세력과 기존 민주당 지지층 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오바마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경기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였던 임기 초 상황과는 달리 오바마 정부는 외교정책 분야에 기대 이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외교정책 기조는 2009년에 비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미국은 다자주의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성향의 외교정책에 현실주의적 노선을 결합시켰다. 이는 국제사회가 공동의 이익에 기반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인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0년에도 오바마 정부는 가치와 인권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추구하며, 반테러, 핵 비확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발표했다. 3만명 병력 증파와 향후 18개월 이후 철군시작이 요지였다. 그러나 아프간 전쟁이 계획대로 종식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미국 내부에서는 2007년 부시 정부의 이라크 3만명 증파를 크게 웃도는 오바마의 아프간 증파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아프간의 경우 이라크에 비해 훨씬 장악하기 힘든 지리적 조건과 탈레반 세력의 끈질긴 저항으로 인해 전쟁이 쉽게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미국은 미·중 간의 전략적 불신을 해소하고 상호신뢰를 회복해 협력관계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전략적 보장이라는 새로운 대중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로 칭한 것보다 발전된 개념이다. 하지만 지난 11월 중국방문 시 오바마 대통령은 인권문제, 정치적 자유, 통상정책 등에 있어서 미국의 입장을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2010년 미국의 대중 정책은 협력적 입장을 고수할 것이나 갈등이 내재된 협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 통상도 어려움 산적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소극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에서 탈피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자유무역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2009년 11월 도쿄에서 발표한 미국의 신아시아 정책에서 더욱 진전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균형적 경제성장을 꼽았다. 즉, 과거 미국 소비자와 아시아권 수출국에 의존했던 경제성장이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제는 미국 이외 국가들이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은 아시아를 비롯한 타 국가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 오바마 정부에게 2010년은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욱 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