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숨은 稅源 양성화” 한두 번 들었어야지
입력 2010-01-11 18:01
국세청이 2010년을 ‘숨은 세원 양성화 원년(元年)’으로 선포했다. 적절한 대응이다. 고소득 전문직이나 유흥주점 등의 무자료 현금 거래를 통한 고전적인 행태는 물론 최근에는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소득을 숨기는 등 그 탈세 수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고소득 자영업자 2601명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신고소득은 3조5941억원이다. 여기에 조세부담률을 20%만 적용해도 탈세액은 7188억원이나 된다.
세원이 노출되지 않는 지하경제는 나라 살림을 좀먹을 뿐 아니라 국민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킨다. 지난해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차명진 의원은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를 GDP의 27%로 가정하고 2009년의 경우 2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54조원의 탈세가 진행되고 있다.
세원 양성화 문제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조세행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초 요건이다. 국세청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세원 양성화를 강조해 왔지만 지금까지 미해결 상태가 이어진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번 국세청의 세원 양성화 원년 선포도 과거 그랬던 것처럼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그저 기우이기 바란다.
지난해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통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30만원 이상 거래시 현금영수증 등 적격증빙 발급을 의무화한 바 있다. 고질적인 무자료 현금 거래를 막겠다는 의도다. 이는 국세청의 세원 양성화 목표와도 부합되는 대목이다.
국세청은 이번에 자영업자, 기업 사주 등의 소득과 지출을 비교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역외 탈세 추적 전담 센터를 가동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들의 태도다. 지불대금 할인이라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자료에 입각한 거래를 지향함으로써 지하경제화의 단초를 막아야 한다.
건전 상거래 관행은 결국 세원 양성화를 통해 국민의 조세부담 완화로 이어질 것이다. 국세청은 이 점을 국민 앞에 홍보하고 이해를 구한다면 세원 양성화 목표는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성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