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직 사퇴 갖고 국민 농락한 세 사람

입력 2010-01-11 18:01

미디어법 처리에 불복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던 민주당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세 의원이 그제 복귀를 선언했다. 실질적인 투쟁을 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가 싸우겠다는 게 이들의 복귀 명분이다. 정치인이 소신을 뒤집는 건 부끄러운 일일 텐데도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선 이들은 웃는 표정이었다. 뭐가 웃을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 사퇴 선언 때나 복귀 선언 때나 무책임하기는 똑같다.

밖에서 싸우겠다던 이들은 지난해 말 국회 회기 중 왜 자신들의 사직서를 안건 상정하지 않느냐며 국회의장실을 이틀 동안 점거했었다. 국민이 알고 의원 자신도 아는 정치쇼였다. 이들에게는 안타깝겠지만 미디어법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은 없다. 이들이 진정 미디어법에 정치생명을 걸었다면 회기가 끝난 뒤 국회의장에게 사퇴서 수리를 간청하여 뜻을 이루는 게 공인의 도리다. 비례대표로서 탈당계만 내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그만두게 되는 최 의원이라면 더욱 쉬웠을 것이다.

이들이 애초부터 진짜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것쯤은 국민 누구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끝나는 사표 소동을 한두 번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 의원은 국회를 떠나 있는 동안 세비 수령을 거부하고 짐짓 보좌관들을 해임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정치쇼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싶으면 그동안 거부한 세비를 소급 지급받아서는 안 된다. 이들이 거리로 나가 있던 동안에는 국회의원 직무를 유기한 것이므로 아예 세비 받을 자격이 없다.

이들 말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미디어법에 반발해 사퇴 선언을 했다. 그도 언제 어떤 말로 국회에 복귀할지는 알 수 없다. 만약 큰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면 세 의원과 다르게 의원직에 연연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위임한 의원 직무를 우리 국회처럼 가볍게 던졌다 주웠다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의원직을 투쟁의 도구로 삼는 저질 정치쇼를 근절하려면 의원직 사퇴 절차를 간편하게 고쳐야 한다. 아울러 사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순간 그 말에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