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號,쓰디쓴 잠비아 경험 ‘보약’ 될까

입력 2010-01-10 19:37


‘허정무호’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쓰디쓴 잠비아 보약을 먹었다.

10일(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랜드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은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와의 가상 전이었다. 특히 잠비아는 7일 나이지리아와 친선전(0대0 무승부)을 치른 터라 간접 비교도 할 수 있는 팀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2대4 완패.

대표팀이 한 경기에서 4골을 허용한 것은 지난 2004년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전(3대4패) 이후 6년 만이다. 허정무 감독 부임 이후 한 경기에서 3골 이상 내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주축 해외파 선수들이 모두 빠지고 국내파와 일부 일본 J리그 소속 선수들로 짜여진 2진급 대표팀을 감안해도 월드컵 본선에 한번도 진출하지 못한 잠비아에 일방적으로 밀린 것은 충격으로 받아 들여 진다.

◇아프리카축구 예상보다 강하다=한국과 나이지리아를 모두 상대해본 프랑스 출신 허브 레너드 잠비아 감독은 경기 후 나이지리아를 이렇게 평가했다.

“두 차례 평가전 중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매우 어려웠다. 나이지리아가 강하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최고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나이지리아가 잘하면 월드컵 4강까지도 진출할 것으로 본다. 특히 아프리카 팀 중에서 4강 또는 우승까지 할 팀이 있을 것으로 본다.”

레너드 감독 평가처럼 나이지리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로 잠비아(84위) 보다 한, 두 단계 위에 있는 강팀이다. 나이지리아 선수들도 잠비아 선수들보다 개인기와 대인돌파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잠비아 전에서 보여준 수비와 공격으로는 나이지리아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2002한·일 월드컵에서 위력을 발휘한 적극적인 압박과 유기적인 협조 플레이로 나이지리아의 슈팅이나 패스를 미드필드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월드컵에서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 피 가능성 봤다=이번 경기에서 허정무호가 얻은 수확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구자철(제주)의 골 결정력, 측면 공격수로 교체 투입된 이승현(부산)과 이승렬(서울)의 스피드, 김보경(세레소 오사카)과 김신욱(울산)의 대담한 플레이는 빛을 발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입단 테스트를 앞둔 구자철은 후반 37분 왼쪽 측면에서 차올린 김보경의 크로스가 수비수 머리를 맞고 뒤로 흐르자 지체 없이 강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잠비아의 골 그물을 흔들어 단연 돋보였다.

허정무 감독도 “오늘 위안거리라면 후반에 들어간 김보경과 이승렬, 구자철 등이 활기차게 했고 김신욱도 패스 등 움직임이 좋았다”며 신예 선수들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