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올겨울,母性 영화로 마음 녹이세요
입력 2010-01-10 19:25
새해 벽두엔 ‘모성(母性)’을 주제로 한 가슴 따뜻한 영화 두 편이 우리를 찾아온다.
첫 작품은 14일 개봉하는 ‘웨딩드레스’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고운(송윤아)은 혼자서 딸 소라(김향기)를 키운다. 일찍 떠난 남편을 대신해 딸에게 모든 것을 해주고 싶지만 일에 치여 따뜻한 밥 한 끼 해먹이는 것도 힘들다. 투덜대고 떼쓰더라도 이런 엄마를 이해하는 아홉 살 소라는 이미 애늙은이가 돼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운은 위암 말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마지막으로 어린 딸에게 남길 웨딩드레스를 준비한다.
불치병에 걸린 엄마와 혼자 남겨질 딸이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은 눈물샘을 쉼 없이 자극한다. “소라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보고싶다”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소라가 싸웠던 친구들에게 사과하며 엄마 병실에 함께 가달라고 하는 장면, 소라가 병실 밖에서 의료진의 발길을 붙잡는 장면 등에선 흐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다.
또 엄마의 간섭에 짜증이 난 소라가 집을 나가버린 뒤 홀로 남은 고운이 “그러게, 진작 좀 잘하지”라고 혼자 오열하는 장면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효과적으로 감정을 이입시키는 배우들의 호연은 그저 ‘웨딩드레스’를 최루성 요소만이 가득한 드라마라고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 때론 엄마보다 더 어른스러운 애늙은이 같이 굴다가도, “조금만 더 나랑 살자”고 떼를 쓰며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김향기의 연기는 압권이다. 함께 연기한 송윤아는 김향기를 “최고의 파트너”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고운의 오빠 역을 맡아 혼자 눈물을 훔치는 김명국, 전미선 등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트럭’을 내놓은 권형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해운대’ 제작진이 만든 올해 첫 감동 드라마 ‘하모니’는 여자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다. 18개월이 되면 아기를 입양 보내야 하는 정혜(김윤진), 가족마저도 등을 돌린 사형수 문옥(나문희) 등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진 채 살아가는 여자교도소에 합창단이 결성된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던 이들이 모여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가슴 찡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제는 월드스타가 된 김윤진과 국민배우 나문희, 뮤지컬 배우 강예원, 정수영 등이 출연해 선보이는 열정적인 연기와 아름다운 노래도 볼거리. ‘해운대’ 윤제균 감독이 제작하고 신예 강대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