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圈, 충청민심 상처주는 발언 삼가야

입력 2010-01-10 19:28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오늘 발표된다. 수정안의 성패는 충청민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청민심의 변화는 ‘원안+알파’라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장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운찬 총리가 수정안을 내놓은 뒤 곧바로 대전을 방문하려는 것도 충청민심의 향배를 중시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충청 지역 주민을 가장 먼저 만나겠다고 결정한 것은 옳다. 그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수정안 추진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화를 통해 설득하려면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상대를 존중하기는커녕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반복하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설득이 요원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해 유감이다. 정 총리를 비롯해 정부 내에서 최근까지 나온 말들이 그렇다. 수정안은 미래 지향적이나 원안은 과거 회귀적이라거나, 원안을 수정하는 게 인간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거나, 원안 추진은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라는 등등. 정부에서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원안보다 수정안이 충청지역과 국가를 위해 훨씬 낫다는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양분돼 있는 여론을 수정안 쪽으로 끌어오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원안이나 원안+알파를 요구하고 있는 충청 주민들 심정은 상했을 것 같다. 정부가 자신들을 ‘하지 말아야 할, 과거 회귀적인 일을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 정도로 여기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도한 바는 전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설득하기 힘든 환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친박계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어제 친이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를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고 비난했다.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 득 될 게 없다.

수정안을 관철하려면 정부와 친이계가 자세를 더 낮춰야 한다. 원안이나 원안+알파론자들을 깔보는 듯한 표현을 자제하고, 상대와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서 절제된 용어로 수정안의 장점들을 설명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