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전 가족 美 라스베이거스 CES 참관…“日 업체 겁 안나지만 신경은 써야”

입력 2010-01-10 21:40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쇼(CES) 2010’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특별사면을 받은 이 전 회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삼성특검 관련 재판 출석을 제외하면 2008년 4월 회장직 사퇴 이후 처음이다.

이 전 회장이 CES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다. IT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행사에 이 전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의 경영 복귀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1시간42분가량 삼성 부스는 물론 LG전자,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중국 하이얼 등 경쟁업체 전시장도 모두 둘러보며 주요 제품을 꼼꼼히 살폈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기자들이 많아 다른 매장을 둘러보는 것은 민폐”라고 하자 이 전 회장은 “아니다. 전부 둘러봐야겠다. LG까지 가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소니 부스에선 3D TV용 안경을 써 본 뒤 자신의 무테안경과 비교하며 “안경다리가 편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 업체들의 경쟁력에 대해선 “겁은 안 나지만 신경은 써야 한다”고 했고 삼성 신수종사업 준비에 관해선 “택도 없어. 아직 멀었다.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이라고. 10년 전에 여기 삼성이 지금의 5분의 1 크기에 구멍가게 같았는데 까딱 잘못하면 그렇게 된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경영 복귀 시점을 묻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며 구체적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경영 복귀를 부인하지도 않았다. 이 부사장 등 자녀들의 경영 능력에 대해선 “아직 어린애다. 더 배워야 한다”며 경영 수업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전 회장의 전시장 방문엔 부인 홍라희 여사와 장남 이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자녀들과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 등 사위들이 모두 동행했다. 이 전 회장은 딸들 손을 꼭 잡고 다니며 “여기서 우리 딸들 광고해야겠다”고 웃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온 가족이 공식 행사에 모두 나온 것은 처음으로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모두 끝난 데다 사면·복권이 이뤄지면서 자신의 경영 복귀와 자녀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가속화할 것임을 대내외에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략기획실장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이 전 회장을 보필한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도 자리를 같이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당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에 대해 “정말 모를 일”이라면서 “국민과 정부가 다 힘을 합쳐 한쪽을 보고 열심히 뛰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직 IOC 위원을 삼성전자 부스로 초대하고 식사를 같이하는 등 유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전 회장은 올해 국내 경기에 대해 “그렇게 나쁠 것 같지 않다. 작년 같지는 않다”며 비교적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며 경제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마음을 다잡을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