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에도 ‘차이나 파워’… 中 국제 위상 격상·로비 강화 친중파·우호적 결의안 부쩍
입력 2010-01-10 18:56
이른바 G2(주요 2개국)시대에 접어들며 중국에 대한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들의 태도가 과거와 달리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냉전시대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국가기밀이 새나가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하는 적성국가였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게 된 건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 증대와 대(對)의회 로비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의원들은 10여년 전 국영 선박회사 중국원양운수총공사(COSCO)의 캘리포니아 롱비치 화물선 터미널 확대 계획에 대해 ‘중국의 간첩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 회사가 미국인 수천명을 고용하고, 알래스카 해역 청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들이 많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하원이 공자 탄생 2560주년을 기념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같은 대(對)중국 분위기는 2000년 무렵만 해도 중국을 공격 대상으로 간주했던 것과 사뭇 달라졌다. 특히 지역구에 중국과 무역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는 의원들은 중국이 반대하는 입법안이나 결의안을 거부 또는 약화시키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2008년 통계는 전체 의원들의 85% 지역구에서 대중(對中) 수출 규모가 증가했고, 중국은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3번째 수출시장으로 커졌음을 보여준다. 또 1990년대 후반까지 주미 중국대사관에서 의회 담당 외교관은 1명뿐이었으나 지금은 10명이 넘는다고 WP는 지적했다. 지난해 새로 완공된 워싱턴 중국대사관 공사비는 2억 달러나 됐다. 중국이 현재 연간 수백만 달러를 의회 로비자금으로 사용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중국을 방문한 미 상·하원 의원들은 100명을 넘어섰다. 특히 2005∼2009년 미국 정치인과 의회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대만보다 중국을 더 많이 방문했다. 과거 친대만 성향 중진 의원들 중 일부는 친중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 여야 의원 60명이 속한 의회 내 미·중 워킹그룹은 발언권을 강화하며 중국의 확실한 후원세력이 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