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편안히… 용산 참사 장례식,현장 재개발 6월쯤 재개

입력 2010-01-10 18:40


‘용산 참사’ 철거민 사망자 5명의 장례식이 9일 범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참사 발생 355일 만에 이뤄진 장례식에서 유족들은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민 수천명이 서울역 광장과 용산 참사 현장에 모여 애도의 뜻을 표했다. 시민과 경찰 사이에 큰 충돌은 없었다.

장례식은 오전 9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발인식을 시작으로 엄수됐다. 발인식에는 이강실·조희주 상임장례위원장, 민주당 정세균 대표, 문정현 신부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고(故) 이상림씨부터 사망자 5명의 관이 차례로 운구차에 옮겨졌다. 유족들은 “어떻게 이렇게 보내…”라며 서럽게 울었다.

각각의 운구차에는 가로·세로 2m 크기의 영정사진을 세운 트럭이 뒤따랐다. 운구행렬은 명동성당을 거쳐 낮 12시쯤 서울역 광장으로 들어왔다. 영결식에는 유족들과 정치인, 종교계 인사와 시민 5000여명(경찰 추산 250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역을 오가는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행사를 지켜봤다. 민주당 정 대표는 조사(弔詞)에서 “당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낸 이유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운구행렬은 노제를 위해 용산 참사 현장인 서울 한강로5가 남일당 건물로 향했다. 도로를 통제하는 경찰과 행진하는 시민 사이에 마찰이 생겨 3㎞를 가는 데 2시간30분이 걸렸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예정보다 늦게 노제가 시작됐다. 고(故)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47)씨는 무대에 올라 “남편이 1년 만에 용산으로 돌아왔다”며 “시민들께 큰 사랑을 받은 유족들은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운구행렬은 마지막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했다. 안장은 오후 8시30분쯤 끝났다.

철거민 사망자 유족과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 측 세입자들은 오는 20일 남일당에서 1주년 행사를 치른 뒤 25일 전에 건물에서 떠나겠다고 10일 밝혔다. 용산4구역재개발조합은 6월부터 재개발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용산범대위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과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 등 용산 참사 관련 수배자들은 경찰 출석일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