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기업사냥꾼 입찰정보 빼내 꿀꺽

입력 2010-01-10 18:49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전현준)는 10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관리하던 유명 가구업체의 입찰 정보를 빼내 인수자로 선정된 뒤 인수 대금을 완납하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인수·합병(M&A) 업체 회장 정모(45)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돈을 받고 정씨에게 입찰 정보를 건넨 이모(52)씨 등 캠코 전·현직 직원과 주가조작 자금을 빌려준 G건설 대표 등 모두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7년 6월 B가구를 관리해온 캠코 자회사가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B가구 매각에 나서자 전직 캠코 직원인 이씨에게 1억9000만원을 주고 입찰 정보를 빼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씨는 캠코의 현 직원 맹모씨를 통해 입찰 참가 업체 예상 명단과 동향을 빼냈다. 정씨는 이후 G건설 대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인수액 553억원을 제시해 B가구의 인수자로 선정됐다.

자기자본이 없던 정씨는 인수 계약 직후부터 20일간 전직 증권사 직원 2명과 함께 호텔에서 합숙하며 B가구의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 고가매수, 허수매수 등으로 1만600원이던 B가구의 주가는 2만1450원까지 치솟았다. 정씨는 주가가 높아지자 그해 8월 B가구 400만주를 담보로 사채업자들로부터 자금을 빌려 인수 대금을 완납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이들은 주가 조작에 필요한 자금 15억원을 정씨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캠코가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재무 상태 등을 실사했으면 발견할 수 있었을 범죄”라며 “공적 자금으로 정상화된 기업이 무자본 M&A업자에게 넘어가게 한 매각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