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존엄사 논란 김할머니 별세] “이별 늦춰주신 주님께 감사”

입력 2010-01-10 21:57


유가족 표정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지만 하나님 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이기에 우리 가족은 기도하면서 어머니를 편안히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10일 오후 4시30분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김모 할머니의 빈소 앞. 맏사위 심치성씨가 차분한 어조로 유족의 심정을 전했다. 심씨는 “가족에게는 어머니께서 연명치료를 받으시던 1년 4개월보다 인공호흡기를 뗀 뒤의 6개월이 훨씬 알차고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가족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편안히 숨을 거뒀다고 심씨는 전했다. 가족들은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리러 병원을 찾았다. “어머니는 저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심씨는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담담함을 유지하던 그의 눈시울이 비로소 붉어졌다.

가족은 김 할머니가 호흡기를 뗀 뒤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기적을 바랐다. 유족 측 신현호 변호사는 “가족들은 할머니가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자식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면서 “꾸준히 기도하면서 할머니의 몸 상태가 나아지기를 간구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이후 할머니 상태가 나빠지면서 가족은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심씨는 “사고 당시로 다시 돌아가도 (연명치료 중지 소송 등을) 똑같이 하겠다”며 “인공호흡기를 뗀 날 곧바로 돌아가셨어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환자실에 있을 때보다 편안한 표정이었고 (인공호흡기를 뗀 뒤 일반 병실에 있을 때) 안색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심씨는 “전에도 오늘처럼 위독하다며 (병원 측이) 가족을 불러 모은 적이 세 번 있었고 호흡기를 달고 있었으면 더 오래 사셨을 것이라고 하지만 병원도 어머니가 어떻게 될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심씨는 헤어지는 시점을 좀 더 늦춰준 하나님께 감사해했다.

보광동교회 배태덕 목사는 오후 8시쯤 임종 예배를 마치고 나서 “요한복음 14장 1∼7절에서처럼 예수님을 따라 생명의 길을 가는 게 유족에게 위로가 되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모두 기독교인인 할머니 가족은 매주 일요일 오후 3∼5시 할머니가 입원한 병실에서 가족예배를 드렸다. 각자 출석하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병실에 모였다. 할머니의 자녀와 손주를 비롯해 매주 10여명이 가족예배에 동참했다.

유족은 12일 오전 발인식을 하고 할머니 유해를 남편이 묻혀 있는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