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존엄사 논란 김 할머니 별세
입력 2010-01-10 18:17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 논란을 불러온 김모(78) 할머니가 10일 별세했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지 202일, 의식불명에 빠진 날로부터는 693일 만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김 할머니가 최근 소변량이 줄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는 등 상태가 악화된 끝에 오후 2시57분 사망했다”며 “직접 사인은 신부전, 폐부종 등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지난달에도 비슷한 고비를 한 차례 넘겼지만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치의였던 호흡기내과 박무석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이후 10초 이상 숨을 안 쉬거나 맥박이 뛰지 않거나 하는 상황도 있었다”며 “지난달 말부터 콩팥 기능이 떨어졌고 폐에 물이 찼다”고 말했다.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서 몸 안에 수분이 축적돼 폐가 붓고 호흡마저 악화돼 김 할머니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존엄사 논란과 관련해 “존엄사라는 것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처럼 말기환자가 다른 조치 없이 돌아가실 수 있게 도와드리는 데 해당한다”며 “김 할머니는 연명치료 중 인공호흡기만 제거한 경우라 연명치료 중단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할머니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원인을 밝히기 위해 11일 오전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김 할머니가 병원 측 과실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며 형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던 중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유가족들은 2008년 5월 김 할머니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해 6월 23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그러나 호흡기 제거 후 몇 시간 안에 사망할 것이라는 의료진의 예상과 달리 그동안 스스로 숨을 쉬며 생존했었다.
엄기영 김경택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