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씨 ‘샘터’ 연재소설 ‘가족’ 종료… 잔잔한 감동의 이야기 35년간 들려주다
입력 2010-01-10 19:16
작가 최인호(64)씨가 월간 ‘샘터’에 실었던 소설 ‘가족’의 연재를 마감했다. 1975년 9월호에 연재를 시작한 지 무려 35년여 만이다.
샘터사는 10일 “최인호 작가가 지난해 10월호를 끝으로 연재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샘터사 관계자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도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가족’은 최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이웃들에 관한 이야기를 콩트 식으로 잔잔하게 풀어낸 것으로 작가의 일기와 같은 글이다.
작가는 서른 살 때인 1975년 9월호부터 꾸준히 연재를 이어왔었다. 암 투병으로 2008년 7월호 이후 일시 중단했지만 7개월 후인 2009년 3월호부터 재개했고, 그해 8월호에 400회 연재의 금자탑을 세웠다. 그러나 두 달 후인 10월호(402회)를 마지막으로 다시 중단한 뒤 결국 연재를 끝마쳤다.
이에 따라 ‘가족’은 지난해 10월호를 마지막으로 국내 잡지 역사상 최장인 35년 1개월 연재란 대기록을 남기고 아쉽게 막을 내리게 됐다.
작가는 연재 종료를 염두에 뒀던 듯 마지막이 된 402호에서 착잡한 심사를 남겼다.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 싶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가는 요절한 소설가 김유정이 죽기 열흘 전 쓴 유서와 같은 편지와 릴케의 ‘그대는 불쌍한 가난뱅이’라는 시를 언급한 뒤 이런 글로 연재를 마감했다.
“아아, 나는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고 싶다. 그리고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싶·다.”
월간 ‘샘터’는 2010년 2월호에서 ‘402+소망-가족은 인생의 꽃밭입니다’라는 특집을 통해 연재 종료 사실을 알리고 그간의 연재를 정리하는 특별 기사를 실었다.
2008년 6월 침샘암 수술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가족’ 연재를 재개하며 재활 의지를 불태운 작가는 지난달 말 병세가 악화돼 입원했다가 이달 초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최근 죽음과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을 담은 신작 에세이집 ‘인연’을 출간하기도 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