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독인도 ‘참 좋았더라’ 할 콘텐츠 개발을
입력 2010-01-10 18:11
지금은 문화의 시대다. 사람들은 문화를 통해 소통하며 문화 코드로 세상을 해석한다. 이런 환경에서 기독 문화는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핵심 키워드다. 신자들에게 풍성한 삶을, 비신자들에겐 복음과 기독교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올해 기독 문화를 한층 더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문화 사역자들에게 그 방법을 물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한국교회의 문화사역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먼저, 기독교 문화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독교 문화는 반드시 선교의 도구여야 한다’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기독교 영화제 부집행위원장 태원석 목사는 “기독교인들도 윤리적인 가치나 교리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평가하지 않기 바란다”며 “영화를 미적 감수성으로 접근, 그 속에 있는 하나님의 또 다른 섭리를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란 디모데전서 4장 4절 말씀처럼 영화는 일단 영화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공연 문화공동체 ‘문화 행동 바람’의 김재욱 대표도 “예술 작품으로 예수님을 전한다는 것은 기독인으로서는 당연하며 좋은 의도”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예술작품을 선교적 도구로만 이용하는 것은 예술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 말씀 중 ‘참 좋았더라’의 ‘좋았다’라는 심미성을 무시한 채 선교의 기능적인 부분만 따지면 정작 하나님의 선물인 창작 능력이 훼손된다”며 “기독인들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믿음뿐 아니라 상상력과 예술감각도 깊고 풍부하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예술 작품을 선교 도구로 쓰려면 기독 문화인들과 전문문화사역자들을 목회 동역자로 인정하며 그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찬양사역자연합회(찬사연) 김성호 회장은 “현재 목회에서 차지하는 음악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가운데 많은 젊은이들이 CCM 학과에 진학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대부분 목회자들은 찬양 사역을 목회의 보조로만 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는 낮은 대우와 자존감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며 찬양 사역자도 음악 선교사로 파송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심혁창 상임이사는 “일반 작가 가운데에서는 국가 또는 기업의 고정 후원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며 “교회와 단체가 기독 작가를 정기 지원해 역량 있는 작가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문학은 찬양의 노랫말, 연극의 대본, 설교 등 모든 기독교 문화의 바탕이다. 또 비신자들도 좋은 기독 문학작품을 널리 읽는다.
기독포털 갓피플 내 만화작가 모임인 갓만모의 김상진 회장은 아직 한국 기독교계에 기독 만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기독 만화가가 그린 만화 역시 엄연한 기독문화 범주에 있다”며 “기독 만화작가들도 끊임없이 묵상하고 연구하는 만큼 사역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독교 문화를 소통하고 공유할 공간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미술인선교회 방효성 부회장은 “이론과 사조, 흐름, 감상법 등 미술 전반에 대한 강의가 필요하다”면서 “미술작품을 이야기 성경 속 삽화 정도로 치부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국제제자훈련원 등에서 기존 기독교계의 관점을 뛰어넘는 미술 강좌가 진행 중이다. 심 상임이사도 기독 문학가를 초청하는 강의나 간증이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찬사연 김 대표도 다양한 무대 공연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찬사연은 찬양 무대를 직접 만든다는 계획이다. 서울 홍대 인근 클럽에서 정기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들 기독교계 문화인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것은 문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애정과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점. 방 부회장은 교회 성도가 미술전을 열 경우에는 담임목사가 예배시간에 반드시 광고를 해 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담임목사가 미술전에 대해 소개하고 성도들의 참석을 권유하는 것 자체도 기독문화를 확산시키는 훌륭한 행위라는 것이다. 김성호 회장은 크리스천들에게 인터넷으로 음악을 들을 때에 인기 CCM곡뿐만 아니라 평소 잘 듣지 않았던 곡을 들어보는 등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
기독문화운동을 펼치는 도시공동체연구소 성석환 소장은 올해부터 도시와 지방의 교회가 연합으로 펼치는 공정하고 친환경적인 ‘착한소비 운동’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예장 통합 총회 문화법인 최은호 사무국장은 기독교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 콘텐츠가 풍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 사역자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 문화 전문가들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기독교 문화를 교회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세상 속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이를 위해 교회와 기독문화단체, 목회자와 문화사역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기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