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보호’ 천천히 말하고 물 많이 마셔라
입력 2010-01-10 17:55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라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하는 신모(31·남)씨. 그런데 갑자기 목소리가 심하게 변했다. 처음엔 단순한 목감기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쉰 목소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그는 가까운 대학병원을 찾아 후두내시경검사를 받아 봤다. 그 결과 ‘성대 결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연말연시 각종 모임에서 목을 혹사한 것이 원인이었다.
추운 날씨에다 잇단 송년회와 신년회를 거치며 목소리가 탁해져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영업직, 교사, 가수, 목사 등과 같이 평소 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하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 고통은 더 심해진다. 목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음성장애 유발 성대·후두 질환 주의=병적으로 목소리가 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세균 감염에 의한 급성편도염. 속칭 목감기로 불리는 상기도 감염 질환이다.
아이들은 특히 편도가 어른에 비해 비대해 급성편도염으로 이환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주요 증상은 고열과 쉰 목소리, 식욕 저하, 침 삼킴 곤란, 목 통증 등이다. 급성편도염은 세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므로 적절한 항생제 복용과 함께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런 세균 감염과 관계없이 음성장애를 유발하는 병도 있다. 음성장애란 성대의 떨림이나 움직임의 이상으로 음성의 질, 고저, 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을 말한다. 주로 성대 결절 등 성대질환과 후두염, 후두암 등 후두질환에 걸렸을 때 나타난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는 “예컨대 거친 소리는 성대의 부종과 성대폴립, 공기가 새는 듯한 소리는 성대 결절 및 폴립, 성대마비 등에 의해 유발된다”며 “갑자기 목소리가 탁해져 발성조차 힘들 때는 치명적인 후두암이나 긴장성 음성장애가 의심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질환은 후두내시경검사를 통해 확실히 감별된다.
◇후두내시경검사로 음성장애 원인 감별=후두내시경은 입 안이나 코 안으로 내시경을 넣어 성대와 후두 상태를 구석구석 관찰하는 진단장비다. 목소리를 변화시킨 성대나 후두의 혹이 암인지 여부를 가리는 조직 표본을 채취할 때도 후두내시경이 사용된다.
따라서 일단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면 가까운 병원의 이비인후과를 방문, 후두내시경검사를 통해 음성장애를 일으킨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한다. 후두내시경검사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이비인후과 외래 단위에서 쉽게 받을 수 있다.
음성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중 가장 부담스러운 질환은 후두암이다. 후두암은 발생부위별로 발성기능을 보존하기 위한 복잡한 수술과 방사선치료 등이 필요하다. 심할 경우 성대를 포함 후두를 통째로 절제, 목소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가급적 발성기관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초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대결절과 성대폴립도 초기엔 음성재활 훈련과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장기간 방치했을 경우 수술로 제거해야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후두염은 간단한 약물과 휴식만으로 비교적 쉽게 치료된다.
◇천천히 조용히 말하고 수분 섭취 습관 필요=음성장애는 평소 성대에 무리를 주지 않고 목소리를 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성대의 진동횟수는 말을 빨리 할수록, 고음으로 발성할수록 높아진다. 때문에 성대를 보호하려면 천천히, 편안하고, 낮은 목소리로 조용한 장소에서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아울러 하루에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 1500∼2000㏄를 한 모금씩 자주 마셔 구강과 목을 촉촉하게 유지하며 안정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과 카페인, 탄산음료, 술, 담배 등도 목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기호품으로 꼽히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