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둥둥 낙랑 둥’]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새로운 내용 호동과 계모의 사랑은 ‘막장’ 연상시켜

입력 2010-01-10 17:34


연극 ‘둥둥 낙랑 둥’의 독특한 스토리 텔링 기법은 익숙한 이야기로 궁금증을 끌어낸다는 데 있다. 삼국사기에 나온 왕자 호동의 설화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원작자인 소설가 최인훈은 설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둥둥 낙랑 둥’의 이야기 줄기는 최근 TV에서 자주 보는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전쟁에서 돌아온 호동은 낙랑공주를 잃은 슬픔에 빠져있다. 호동의 계모는 낙랑공주와 일란성 쌍둥이다. 호동은 계모를 보며 낙랑공주를 떠올리고, 계모는 호동을 위로해주려고 낙랑공주를 흉내 낸다. 계모는 후에 낙랑공주가 호동 때문에 자명고를 찢은 것을 알게 되고 호동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지만 두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글로만 보면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이야기지만 무대에서는 표현은 설득력이 있다. 계모를 보며 낙랑공주를 떠올리는 호동의 모습은 한 여인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느껴졌다. 낙랑공주를 흉내 내는 계모의 모습에선 떠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극단적인 상황의 치정극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사랑과 그리움의 체취가 느껴졌다. 이야기의 흐름은 관객을 흡입하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원작의 맛을 완전히 살렸는가하는 점에선 의문이다. 계모와 낙랑공주를 번갈아 표현한 여주인공이나 호동 역의 배우는 합격점을 줄만 했지만 일부 배우들은 거슬릴 정도로 대사 전달력이 부족했다. 무대 연출은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과하지 않았다. 2막 마지막에 무대에 비가 쏟아지는 장면은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에 걸 맞는 웅장한 맛이나 적합한 효과를 보여주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

‘둥둥 낙랑 둥’은 국립극단이 국가브랜드 공연으로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다. 올해 9월 서울에서 열리는 2010 서울 씨어터 올림픽스에 한국 대표 작품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14일까지 서울 장충단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02-2280-4115∼6).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