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는 토니상 수상했는데… 국내 무대선 절반의 성공 거둬 ”
입력 2010-01-10 17:35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끝마친 박용호 대표
지난해 하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10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10일 서울 이화동 뮤지컬해븐 사무실에서 만난 박용호 뮤지컬해븐 대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지난해 하반기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브로드웨이에서조차 파격적이라고 평가받은 무대 연출과 강렬한 얼터너티브 락 음악은 기존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과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분명히 구분했다. 청소년의 방황과 고민을 직설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도 한국 관객이 흔히 보던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이 뮤지컬이 한국에서 흥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브로드웨이에선 토니상 8개 부문을 수상하고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한국과 브로드웨이는 다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다양하게 뮤지컬을 섭렵한 팬들이 이 뮤지컬에 열광하길 기대했다. 그 숫자가 내가 생각하는 거 보다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현실에 대해 다시 알게 됐다”고 상업적인 면에서는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스타캐스팅의 티켓 파워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어요. 오픈한 지 두 달이 지나니 관객이 늘지도 줄지도 않더라고요.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남자 캐스팅이 더 섹시했다면, 공연기간이 3개월로 짧았으면 더 잘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연 자체는 의미 있고 성공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단순하게 볼거리가 있는 게 아니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업 뮤지컬을 선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관객 입장에서 이만한 뮤지컬을 경험하긴 힘들 것이다. 본 관객은 앞으로 뮤지컬을 보는 눈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다른 공연은 좀 틀려도 애드리브로 갈 수 있는데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20명이 줄넘기를 하는 것처럼 약속한대로 가지 않으면 어그러지는 공연이었어요. 배우와 스태프에겐 숨이 막히는 공연이었죠. 6개월 내내 놀라울 정도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국내 제작사의 과다한 경쟁으로 개런티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여기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6년 계약을 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공연보다 적으면 적었지 많지 않아요. 물론 경쟁사가 뛰어들면서 가격이 올라 고민이 됐지만 제작자는 장사가 될까 보다 좋은 작품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합니다. 우린 감성을 먹고 사는 사람이거든요.”
뮤지컬해븐은 올해 하반기 선보일 예정인 창작 뮤지컬 ‘번지 점프를 하다’를 제외하곤 신작을 올리지 않을 예정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상업적 실패에 따른 결과다. 그는 “한국 시장의 현실을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변화하되 색깔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공연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당장 14일부터는 연극 ‘뷰티퀸’을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배우의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작품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을 담아 ‘노네임씨어터컴퍼니’라는 연극 브랜드도 만들었다.
“연극 한 편을 만드는데 온 힘을 쏟지 않으면 좋은 품질의 연극이 안 나와요. 스타를 쓰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스타가 연극에만 집중하게 하긴 힘들어요. 현대적이고 좋은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하반기에 앙코르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올린다. “그때는 계획대로 딱 100회만 할 겁니다. 공연을 계속하면 관객이 그 진정성을 알아주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