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 어떻게 시행되나] 수업태도 등 70여개 문항…교단 긴장감 높아진다
입력 2010-01-08 23:21
교원평가제는 교육당국이 추진 중인 공교육 강화책의 핵심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8일 내놓은 교원평가제 시행방안에는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가 모두 참여해 교사를 평가함으로써 교직사회에 긴장감을 높여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수치화하기 어려운 정성적 요인이 많은 평가 항목들이 갖는 한계와 교사 집단의 온정주의, 평가 결과가 인사나 보수와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들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은 상황이다.
◇동료 교사의 발음까지 평가한다=교원평가제는 특수학교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 교원을 대상으로 한다. 교과부는 지난 5년간 교원평가제를 시범 운영한 학교들에서 활용한 평가 지표와 평가지 등도 참고해 오는 3월부터 전면 시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교원평가제의 얼개는 크게 동료 교사 간에 이뤄지는 상호 평가와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동료 교사 평가는 교사 1명에 대해 동료 교사 3명 이상이 평가하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같은 학년의 교사들이, 중·고교는 같은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서로 평가한다. 교과부가 내놓은 예시안을 보면 평가지는 학습방법 개선 노력 등 18개 지표별로 2∼5개씩 70여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문항 중에는 교사의 수업 방법 외에도 ‘수업 내용을 분명한 어조와 발음으로 전달하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도 있다.
동료 교사들은 이 같은 평가지에 평소 관찰한 모습과 공개수업을 참관한 경험, 해당 교사의 수업활동자료 등을 토대로 점수를 매기게 된다. 점수는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으로 구분되는 5점 척도이다. 교장과 교감은 교실 수업 개선, 교원 인사 등 8개 지표로 나눠진 평가를 해당 학교 모든 교사로부터 받게 된다.
학생들의 만족도 조사에서 활용되는 평가지 예시안 역시 동료 교사 평가지 못지않게 이채로운 항목이 많다. 초등 4∼6학년들이 담임교사를 평가하는 예시안을 보면 ‘선생님은 공부할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자세히 설명해 주십니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관심과 애정을 우리 모두에게 고르게 주십니다’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학생 만족도 조사는 초등학생은 담임교사, 중·고교생은 교과별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경우 어떤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할지는 미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담임교사만 평가할지, 모든 교과교사들을 평가할지를 비롯해 평가 지표를 어떻게 정할지도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교원 평가는 매년 1회 이상 실시된다. 평가시기는 학교별로 결정하지만 교과부는 지난 5년간 시범 운영을 해본 결과 동료 교사 평가는 연말에,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1학기가 끝나는 6월쯤 실시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교원평가제 시행의 제도적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과 교육 관련 단체들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우선 시·도 교육청별로 이 같은 매뉴얼에 바탕한 교육규칙 제정을 권고해나갈 방침이다.
교과부는 오는 15일 시·도 부교육감 회의 등을 통해 교육규칙 표준안을 각 시·도에 권고해 다음달 말까지 제정을 끝내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진행될 평가 결과는 내년 2월 학교 정보공시 때 공개된다.
◇신뢰성 확보할 수 있을까=교과부가 5200명(학부모 2600명, 교원 2600명)을 상대로 교원평가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 6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학부모의 86.4%, 교원의 69.2%가 제도 도입에 찬성했을 만큼 교원평가제에 대한 호응도는 높다. 하지만 정성적 측면이 강할 수밖에 없어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교원단체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부분까지 계량화시켜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평가지의 문항을 보더라도 ‘수업에 대한 열의가 있는가’, ‘전반적으로 수업의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등은 계량화하기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절대 평가 방식인 상황에서 특히 동료 교사 평가의 경우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교과부가 정책연구를 통해 2008년 교원평가제를 시범운영한 학교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 이상 비율은 각각 63.1%, 59.5%에 그쳤지만 동료 교사 평가의 ‘우수’ 이상 비율은 92.6%나 됐다. 학생의 89%, 학부모의 83%는 ‘공정하고 솔직하게 평가했다’고 답했지만, 교사들은 53%만이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학부모 등 일반인이 교원평가제 자체의 공정성이나 신뢰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평가 결과가 인사나 보수와 연계되지 않아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비판 역시 만만찮은 상황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