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웃는 나영이’ 만드는 게 어른들 몫
입력 2010-01-08 18:25
관심을 모았던 나영이의 항문 복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나영이는 조두순의 성폭행 당시 탈장과 항문 소실, 괄약근 파열의 큰 상처를 입었으나 그제 항문과 소장을 잇는 수술에 이어 여성기능 회복을 위해 좌우 난소를 분리하는 수술도 받았다. 8시간 40분이 걸린 대수술이었다. 앞으로 관리만 잘하면 향후 자연 임신도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수술을 맡은 세브란스 병원 의료진이 밝혔듯 이번 수술은 나영이의 삶의 질을 위한 것이다. 사건 직후 받았던 수술이 생명을 위한 것이었던 데 비해 나영이가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수술이었다. 그렇다고 나영이의 몸이 온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다. 아직 창피스러운 배변 주머니를 제거해야 한다. 수술 부위가 아물고 여름방학으로 예정된 3차 수술까지 성공할 경우 배변기능은 일반인의 70%까지 회복된다고 한다.
이로써 나영이는 한 인격체로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나영이 스스로도 수술 후 뿌듯한 성취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한뜻으로 나영이의 회복을 위해 기도한 결실일 것이다. 여기에다 세브란스 병원이 수술비와 진료비 전액을 부담키로 해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나영이가 정신적 충격을 이겨내고 사회와 학교에 적응해 환한 웃음을 지을 때까지 보살핌이 필요하다. 의사협회가 어제 아동성폭력 지정병원을 운영키로 한 것도 이런 관심의 연장선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벌써 나영이를 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치권은 아동성범죄 근절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떠들썩한 목소리만 냈을 뿐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성폭력특별법개정안 등 11개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여야 간에 별 의견차가 없는데도 4대강 이슈에 밀려 심의조차 못했다. 많은 사람이 망가진 한 아이의 영혼을 돌보는 동안 국회는 정략의 늪에서 허우적댄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한 어린 영혼의 상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아동성범죄의 천국’이란 오명도 빨리 벗어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