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영어평가시험 방향은 옳다

입력 2010-01-08 18:25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2013년 대입부터 수시모집 전형 자료로 활용하고 2016년부터는 수능 외국어(영어)영역을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험은 교과부가 ‘한국형 토익 토플’을 목표로 개발해온 것으로 성인용인 1급과 학생용인 2·3급으로 나눠지는데 그동안 3차례의 예비시험을 거쳐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방안은 매우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사교육 시장의 거품을 많이 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주지하다시피 20조원을 넘는 국내 사교육 시장의 중심엔 영어가 자리 잡고 있다. 대입 등 각종 입시에서 영어 비중이 크다 보니 초등학교는 물론 유치원에서도 영어 사교육 열풍이 거세다. 이는 고스란히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귀결됨은 물론이다.

영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선 대입제도를 바꾸는 것이 최선이다. 영어를 수능 과목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수능 외국어 영역을 대체해보려는 교과부의 생각은 옳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의 말처럼 고 2년생이 되면 이 시험을 여러 번 보게 하고 일정 점수 이상 나오면 더 이상 응시하지 않아도 되게 하면 수능 영어는 불필요해진다. 말하기와 쓰기 도입도 바람직하다. 그동안 학생들이 주력해온 수능 영어와 토익 토플 등은 읽기와 듣기 위주여서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 붓고도 외국인과 대화를 제대로 못 나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말하기와 쓰기가 도입되면 이런 점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할 여지는 있다. 이 정책에 맞춰 점수를 따려는 욕구가 생길 것이고 이를 부추기는 학원들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선 말하기와 쓰기뿐 아니라 등급제로 점수를 매기기로 한 읽기와 듣기 영역까지도 합격·불합격만 가리는 패스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서민 가계와 중산층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교육비 문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영어 한 과목만이라도 사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면 교육 정책의 큰 성공이다. 당국은 관련 정책을 좀더 다듬은 뒤 더욱 과감하게 추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