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행장, 김중회 사장 전격 경질 왜?

입력 2010-01-09 00:55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대행 겸 국민은행장이 김중회 지주 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KB금융지주 측은 단순한 보직변경이라는 입장이나,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 사장이 자회사 임원으로 사실상 좌천됐다는 점에서 보복성 인사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KB금융지주는 8일 임원인사를 통해 김 사장을 면직하고 자회사인 K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KB금융지주는 또 부사장급인 준법감시인을 신설, 이민호 전 국민은행 상임법률고문을 임명하고 김영윤 홍보부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강 행장의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강 행장은 이미 사흘 전에 김 전 사장에게 상임이사 자리도 내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김 전 사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행은 회장 대행 직권으로 사장을 해임할 수는 있지만, 상임이사직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 전 사장의 경질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김 전 사장은 금감원 부원장 출신으로 2008년 9월 황영기 전 회장이 취임하면서 금감원과의 가교 역할을 위해 발탁된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황 전 회장이 중도 사퇴한 이후 김 전 사장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을 계속 비판했고, 회장 공모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는 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사장의 경질을 통해 강 행장이 지주사 회장직은 포기했지만 은행장 자리까지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중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강 행장의 임기는 올 10월 말까지다.

이를 위해 강정원 친정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을 포함, 지주의 모든 계열사 임원인사를 하려면 지주사 사장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김 전 사장을 경질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금감원이 오는 14일부터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강 행장의 반격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강 행장이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면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종합검사 대해) 내부 분위기도 그렇고 대형 금융회사로는 첫 번째 감사인 만큼 꼼꼼히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측은 이번 인사가 금융감독당국과 대립각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거나 보복성 인사로 비쳐지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강 행장은 “차기 회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 사장은 “언론에서 강 행장과 나를 자꾸 싸움 붙여선 안 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3년의 임기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김 전 사장을 전격 경질함으로써 금융감독 당국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이 들어맞을 경우 KB금융지주의 앞날은 먹구름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당장 외환은행과 증권사 인수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KB금융지주는 올 들어 7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서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