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세종시 해법은 ‘정면돌파’… “박근혜 설득 어렵다” 판단
입력 2010-01-08 23:39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세종시 수정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지도부에 ‘의연하고 당당한 자세’를 주문했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당당하게 지켜나가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에게 ‘당당한 자세’를 주문한 것은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재·보선 출마를 고심하던 한나라당 박희태 전 대표와의 독대에서 ‘당당한 자세’를 주문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출마했고, 당선됐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당 지도부에 당당한 자세를 주문한 것은 수정안을 둘러싼 다양한 정치공학적 계산을 넘어서서 국가를 위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세 가지 대안이 있다. 돌파하든가, 포기하든가, 장기과제로 넘기는 것이다. 수정안은 아직 발표되지도 않았다. 포기는 힘들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이야 널리 알려진 것이고, 수정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 다수의 기류도 ‘예정대로’이다. 장기과제는 현재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노력이 실패한 이후에야 생각해볼 문제다. 결국 정면돌파 외에는 당장 선택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세종시를 둘러싸고 소신과 소신이 맞부딪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정부부처 이전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소신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소신이 부딪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설득할 가능성은 낮다. 청와대는 이를 풀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해법은 없는 형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박 전 대표를 설득할 방법은 뚜렷하게 없는 것 같다”며 ‘여론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수정안이 발표되면서 논의가 진전되는 1월 하순 전 국민이 고향에 모이는 설 연휴 이후가 국민 여론을 가늠할 시기로 예상된다. 여권은 9일과 10일 당·정·청 회의를 연쇄적으로 갖고 수정안을 최종 조율한다.
릐이 대통령, “당에 감사하다”=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청와대 조찬은 덕담과 격려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오전 7시30분에 시작해 10시쯤 끝났고, 특히 이 대통령은 9시부터 1시간 가까이 정 대표와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예산을 연말까지 처리했기 때문에 정부가 집행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된다”면서 “한나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 데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격려했다. “올 한 해도 당 대표 중심으로 노력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폭설과 대통령의 눈물도 화제가 됐다. 장광근 사무총장이 “뉴스에서 폭설이 40년 만에 최고라고 하더니, 1936년 이후라고 하고, 마지막에는 100년 만에 가장 많이 왔다고 하더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관측 사상 처음이라는데 그 전에는 얼마나 왔는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진수희 의원이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 점검회의에서) 왜 우셨느냐”고 묻자 “여성 한 분이 나와서 너무 슬프게 얘기를 해서…. 나만 그런 줄 알고 봤더니 다들 (울고) 그렇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가서 원전 수주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한민국이 국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노석철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