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갈등 격화
입력 2010-01-08 23:33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정면 돌파’ 방침을 신호탄으로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친이 직계 의원들은 8일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박근혜 전 대표의 전날 ‘세종시 수정안 및 당론 변경 수용 불가’ 발언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정태근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 대표가 당론이 변경돼도 세종시 수정을 반대한다고 했는데, 당헌에 규정된 당론 변경 절차까지 미리 반대하고 나선 것은 해당(害黨)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행 한나라당 당헌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당론 변경이 가능하다.
정 의원은 “당헌에 따라 논의되고 의결되더라도 나는 반대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한나라당의 존립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또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 논의가 시작도 되기 전에 귀를 닫고 자신의 입장만 고집한다”며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올 때마다 대못을 박아 논란을 차단하는 것은 민주정치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나쁜 일을 하자는 것도 아닌데 박 전 대표가 저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판이 열리기도 전에 걷어차 버리는 것은 아집”이라며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친박계도 맞대응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성명을 내고 “친이계 의원들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은 세종시 문제의 본질과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라며 “저급한 인신비방에 대응을 자제하겠으나, 똑바로 주시하겠다”고 경고했다.
홍사덕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 “세종시를 지금 다급하게 한두 달 사이에 이런 식으로 일을 만들면 정말로 전국적인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며 “땅을 공짜로 주고 국민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허태열 최고위원도 “친박계 대부분은 이심전심으로 박 전 대표와 통한다고 보면 된다.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자파의 결속력을 과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