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하) 교회가 희망이다] 교회 안팎 원활한 소통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힘 모아야
입력 2010-01-08 01:24
100년 전 한일 강제합병 체결 당시 교회는 독립운동의 에너지를 결집했고, 교육과 의료, 인권, 복지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민족교회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그렇다면 100년이 지난 한국교회 모습은 어떻고 향후 방향성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 한국교회봉사단 김종생 사무총장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이상화 사무총장,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한국교회사) 등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현장을 뛰는 실무자들을 만나봤다.
-100년 전 한국교회는 민족자강운동과 독립운동의 본거지로서 조선을 세계화하는 채널 역할을 감당했다. 그런 면에서 자부심이 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상화 목사=한국교회가 외부와의 단절, 소통의 부재로 거인의 성과 같이 돼 버렸다.
△김종생 목사=교회와 사회를 구분해 이원화했다는 게 맹점이다. 그리고 사회와의 교감 없이 혼자 봉사를 하고 나선 성과를 너무 쉽게 가져가려 한다. 이렇다보니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
△박명수 교수=개 교회와 교단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집중하지만 전체 문제를 다루는 데는 취약하다. 일례로 교과서의 기독교 폄하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김=용산 참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천주교가 전략적으로 하나가 되어 참 잘 움직인다는 생각을 했다. 천주교가 애쓰긴 했지만 사실상 기독교가 뒤처리를 다 했다. 이렇게 애는 쓰지만 사역을 정리하고 각색해 밖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취약하다. 그러다 지엽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마치 전체의 것인 양 나타나고 수세에 몰린다. 목회자는 교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필요가 무엇인지 잘 포착해 지역에서 존경받는 정신적 지도자가 돼야 한다.
△이=한국교회가 어떨 땐 기대 이상으로 잘하는데 어떨 땐 정말 수준 이하다. 일례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때 ‘붉은 악마’를 극단적으로 반대했다. 시민을 악마로 몬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이런 데서 한 번 낙인찍히면 회복하기 힘들다. 교회 지도자들은 통찰력과 품격을 지니고 사심을 버려야 한다. 사심이 있으면 연합과 화합이 안 된다. 한국교회는 명분이 분명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이런 저력을 모아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한다.
-현장의 가능성을 말해 달라.
△이=대전의 한 교회는 지역 연고 축구단인 ‘대전 시티즌’ 주식을 구입했다고 한다. 대전 시민을 위한 구단인데 교회가 도와야 하지 않겠냐는 논리다. 대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가장 많은 돈을 내놓은 곳도 교회였다. 개인과 교회의 이름을 낮추고 주님의 이름을 높일 때 소망이 있다.
△김=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를 보라. 개별적으로 하면 작지면 한국교회봉사단이 정보와 자료를 모으니 엄청난 일로 드러나더라. 조금씩만 역량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박=교과서 왜곡문제에 많은 여야 국회의원들이 같이해줬다. ‘한국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명제 앞에선 누구나 같은 뜻을 갖고 있는 것이다.
-향후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이=지금까지 수평적인 선교에 집중했다면 이젠 다음세대를 키우는 수직적 선교에 주력해야 한다.
△김=경제위기 속 돈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게 풀릴 것 같지만 사실은 영성의 회복이 핵심이다. 교회가 너무 자본주의에 천착하면 안 된다.
△박=종말론적 신앙, 재림신앙이 회복돼야 한다. 하나님께 바로 서기 위해 절제하고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
글=백상현 기자, 사진=최종학 기자 100sh@kmib.co.kr